다시

조직 (강요와 위계질서)

by 혆ㅎ

다아시

내가 좋아하는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이름이다.

그냥 주제가 다시 라서 다-아시 라고 말장난을 해보았다.


학교 선생님들의 가르침에 감동받아 진심으로 존경했고

친구들과 소통하는과정이 너무 즐거울 정도로

나는 학교라고 하는, 많은 학생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 조직에 잘 적응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정말 행복했다.

이렇게 잘 적응해 온 내가 2018년 회사라는 조직에서

(그것도 큰 회사도 아닌 중소기업에서)

위계질서에 질려 나왔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강압을 느꼈던 비슷한 일이 대학교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시기라고 하면 이상하다고 볼 사람도, 이해하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새내기> < 스무살>< 대학생> 이라는 단어에서

마냥 신나고 놀아도 될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니까.


하지만 그 때는 힘들었다.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위계질서', '조직','강요'


오티에 가서 장기자랑을 하는 것

엠티 참가를 강요 받는 것

참여하지도 않을 학교 행사의 비용을 강제로 내야하는 것


만나봤자 술을 마실 거면서 생산적이지 않을 일에

개인시간을 빼앗는 것이 가장 싫었고, 그럴 권리가 그 사람한테 없다는 걸 내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대화를 잘 할수 있는 나한테 술은 불필요했다.

오히려 난 안마신 상태가 술 마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술이 들어가면 오히려 말이 없어지는 나인데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앉아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것도 짜증이 났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나가던 중

이럴 바엔 '아싸'가 되자고 한 결정적인 사건이 단합엠티였다.


다들 첫 엠티에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나는 이미 오티활동에서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엠티라는 환상이 있어 뭔가 다를거라고 0.000005%정도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당시, 문제가 되었던 엠티 내에 기합 주기에 대한 내용을 보고 설마했다.


새내기들은 학기 초 별다르게 아는 장소가 없기 때문에 과방이라는 곳에서 공강 시간을 보낸다.

선배들과 곧 있을 단합 엠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마침 한번 떠볼까 하는 생각으로 친구에게 "인터넷에서 봤는데 엠티에서 기합을 줬대. 수준 떨어지게 누가 아직도 이런 걸 하나" 라고 친구한테 말했다.

그걸 들은 선배 한명은 민망하게 웃으며 작년에 너네 바로 선배가 했었다면서 올해도 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하려고 했다는 선배라는 사람들의 발언을 듣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이 낮은 대학 생활에 놀라울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엠티 날에 비가 와서 못할 것 같다는 식으로 말을 흐렸고, 실제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엠티는 가서도 문제였다.

선후배 간의 돈독함을 왜 저급한 퍼포먼스를 통해 쌓아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엠티가 재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밌는 행사도 있었고 컨디션이 나쁜 나를 챙겨준 선배도 있었다.

하지만 저급한 퍼포먼스를, 별다른 불쾌함 없이 받아들이고 웃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외롭다고 느꼈다. 나만 이상한 건가.


조직 내에서 괴상한 행태가 굉장히 쉽고도 아무렇지 않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사례다.

6년 전 있었던 일인데 아직도 어디선가 진행중이다. 잠깐 도망쳐 나왔을 뿐, 다시 마주하니 선택권이 적다는 걸 느낀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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