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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May 15. 2024

이젠 너를 보내고 싶어

예민한 종이 인간의 고군분투기 1



    "아니 이거 왜 이렇게 했어?" 


    이 말은 그의 언어로 '내가 손을 대지 않으니 이런 일이 발생했구만, 내가 처리해 줄게.' 어서 나한테 "역시 반장님이 최고예요. 안 계셔서 현장 난리 났었잖아요."라는 너스레를 떨어 달라는 말이다. 나는 늘 하던 대로 그 임무를 수행하려 하였으나, 그날은 이 말이 목 끝에서 턱 막혀서 나오질 않았다. 대신 눈물이 핑 돌았다. 일터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싫어하는 나는, 그 감정을 애써 누르고 자리에 와 앉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그만둬야 하나보다.'


    생각해 보면 징조는 곳곳에 숨어있었다. 어딘지 모를 답답함, 일을 열심히 쳐내도 성과가 없는듯한 기분,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늘어가는 불평불만, 다가오는 휴일만 기다리고 있는 나의 마음, 회복이 되지 않는 무력감. 그렇게 나는 점점 소진되어 갔다. 그날은 단지 도화선 같은 날이었을 뿐이다. 


    나는 항상 남들보다 에너지 소진이 빠른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집중하는 일이 있으면 그 외의 일들은 모두 짐이었고, 매번 이성과 의지를 부여잡으며 인간으로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들을 하고 살아왔다. 예컨대 청소하기, 공과금 내기, 친구들에게 연락하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다가 에너지가 부족할 때에는 모든 일을 미뤄두고 생각을 꺼버리는 방식으로 충전을 하곤 했다. '나는 약한 체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니깐, 내향적인 사람이라 더 그런 거지.' 하며 내 방식대로 나를 충전했다 소모시켰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소진되어 가는 동안 나는 충분히 나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었고,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시키지 않기 위해 내가 살면서 터득한 모든 방식을 동원했음에도 방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부족 경고가 아니라 완전 방전이라는 것을. 일주일을 내리 누워서 보냈다. 그리고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좀 오래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내 인생이 24시간이라면 나는 평생 그중 18시간 정도는 나의 이 비루한 에너지를 채우는데 써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스스로 답했다. '그렇다면, 난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그리고 다음날, 핸드폰을 들었다. "상담 예약을 하고 싶은데요, 언제 방문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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