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해리 Oct 29. 2021

길거리 옷차림 ; 한국에서

2021.10.01~2021.10.31

가을은 그렇게 나를 스쳤다. 부들부들할 모헤어 니트는 단정하고 빳빳한 울 슬랙스와 같이 황금 벼의 색을 띠었다. 로퍼는 밀크티 색깔이었는데 흠집 하나 없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이삭 속에 조막마한 빨간 꽃이 피어 있었다. 더없이 온화한 착장의 할머니는 눈매와 백발에 매서운 바람이 서렸다. 


건조하고 괴팍함이 절묘하게 스타일리쉬했다. 사양하지 않고 깐깐한 빛깔의 고동색 바지 주머니에 손을 구겨 넣고,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색 셔츠를 입은 상체는 허리를 잔뜩 구부렸다. 아저씨는 멋과 젊음은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자꾸 되뇌었다. 희끗한 머리를 상투를 틀었고, 상하의는 한복처럼 전위적인 형태를 갖추었다. 바스락거리는 소재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잔무늬가 있었다. 신발은 흰 고무신이었는데 연꽃이 피어 신성해 보였다. 할머니의 스타일은 발렌시아가의 쿠뛰르와 요지 야마모토의 검정색을 가뿐히 넘어섰다. 


내면과 의상이 일치하지 않을 때

스타일은 천박해진다



매월 마지막날 길거리 옷차림

::

1000명의 옷차림을 

관찰할 날까지

1000명의 옷차림을 

기록할 날까지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자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거리 옷차림 ; 한국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