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만물이 저무는 시절이라고 생각했다. 군청색 코르덴 패딩에 흰 티셔츠를 빼 입고, 같은 색감이지만 좀 더 바란 두꺼운 면 바지에 마무리는 또 같은 색의 스웨이드 독일군 운동화였다. 전형적인 MZ 세대 옷차림이었다. 다만, 복슬한 머리 모양이 예뻤다. 그 청년이 앳된 목소리로 전화를 한다. “사랑니를 빼야 하는데요.” 그 순간 겨울은 다시 태어나는 준비를 하는 계절이라고 보였다.
“몰스킨을 쓰시네요?” 나의 리미티드 에디션 몰스킨을 알아본 그 신사는 단정한 휴고 보스 블레이저를 걸치고, 튀지 않는 오메가 시계를 찼다. 신사 분의 목소리만 들어도 공중에 고딕체 글씨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의 내용도 참 올곧았다. 얼마 뒤, 다시 만난 신사 분은 딱 맞춘 코트에 버버리 머플러를 두르고, 손에 커피를 교교하게 들고 있었다. 허리는 여지없이 꼿꼿하고 말이다. 오늘날, 작금에도 사대부 양반이 살아있다면 저런 멋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