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보내는 영수증: 쓸데없는 것에 돈을 쓰는 이유

당근과 팜유가 드러낸 내 구매 패턴

by 이소 시각

점심 도시락 반찬을 만들기 위해 마트에 갔었다. 야채찜에 들어갈 당근을 사기 위해 야채코너에 갔는데 당근 1개 1,690원 가격표를 보고 나도 모르게 '비싸다'라고 말했다. 야채찜에 당근이 필요했지만, 3개 묶음 3,300원은 혼자 먹기에 많아서 결국 내려놓았다. 그리고 닭가슴살을 구매하기 위해 냉장 코너로 가던 중 신상과자가 뭐가 나왔을까 하고 과자 코너에 잠시 들렀다. 리츠에서 요즘 여러 가지 맛이 나오고 있는데, 참 맛있다. 편의점에서 생각 없이 2+1으로 구매했다가 마트에서 판매 가격을 보니 1,650원, 당근과 가격이 비슷했지만 비싸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2+1으로 사야지, 하면서 재료를 다 구매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몸에 좋은 당근은
비싸다고 생각하고

몸에 좋지 않은 과자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생각이 흥미로웠다. 제미나이에게 물어보았다.

제미나이는 소비자 심리학, 행동경제학, 뇌 과학 관점에서 프레임을 제시해 주었다.


1. 심리적 회계와 기준점 (행동 경제학)

우리의 뇌는 가격의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마음속에 정해둔 '카테고리별 기준 가격'과 비교하여 비싸다/싸다를 판단한다.


당근의 경쟁자는 내가 전에 구매했던 당근, 시장에서 1,690원보다 저렴하게 구매했던 당근이다.


과자의 경쟁자는 편의점 다른 디저트나 커피 한 잔 가격이다. 1:1 비교가 아니라 간식, 디저트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비교하게 된다. '아, 요즘 과자 가격 다 이렇지, '



2. 도파민과 즉각적 보상

(뇌과학, 신경 경제학)

과자는 즉시 도파민 자극을 줄 수 있다. 뇌는 '즉각적인 쾌락'을 구매하기 위해 1,650원을 '가치 있는 투자'로 착각하게 만든다.


당근은 건강이라는 보상을 주지만 '지연된 보상'이다. 당장 기분이 좋아지거나 맛이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뇌는 이 비용을 '투자'가 아닌 단순한 '지출(손실)'로 인식하기 쉽다.



3. 가공 비용에 대한 지불용의

(소비자 심리학)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의 노동이나 공정이 들어간 것'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당근은 '원재료' 그대로이기에 1,690원을 온전히 재료비로 느낀다.


과자는 '가공품'이기에 1,650원 안에 그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고 정당화하기 쉽다. 비록 그 내용물이 저렴한 쇼트닝일지라도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과자의 원가율은 50% 안팎으로, 당근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가공 과정에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마케팅과 포장에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당근이 비싸다고 느낀 건 '원재료'라고 생각하는 이성적 사고가 작동했기 때문이고, 과자를 싸다고 느낀 건 뇌가 '쾌락의 대가'로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합리화했기 때문이다.


제미나이의 대답을 읽으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당근 VS 과자) 같은 상황이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생각이 들어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시를 알려달라고 했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뇌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배송비'와 '테이크아웃 커피'를 예로 들어주었다.


1. 배송비 3,000원

온라인 쇼핑을 하고 결제할 때 배송비 3,000원이 붙는 것을 발견한다. 배송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무료배송 기준을 확인한다.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을 더 담아 무료배송 기준을 맞추거나, 최저가를 찾기 위해 20~30분간 검색 노동을 한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뇌가 배송비 3,000원은 '물건'이 아닌 '손실(비용)'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2. 점심 식사 후 테이크아웃 커피 주문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카페에 간다. '식후 커피는 필수, 오후에 집중하려면 당, 카페인이 필요해'라고 나를 합리화시키면서 1초도 망설임 없이 결제한다. 심지어 커피값이 얼마인지 체크하지 않는다. 뇌는 '휴식'이라는 심리적 보상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택배 기사님의 노동, 물류 시스템, 트럭 유류비가 포함된 3,000원 배송비(물류 서비스)는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10분이면 사라질 배송비보다 비싼, 심지어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있는 음료에는 관대하다는 것이다.


(당근 VS 과자) (배송비 VS 커피값) 가치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정말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게 맞을까? 생각이 들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풍부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가 들어있는 1,690원짜리 당근은 비싸다고 내려놓으면서 내 몸에 해로운 팜유, 쇼트닝에는 관대했다. 결국 나는 물건의 진짜 가치가 아니라, 뇌가 멋대로 매겨 놓은 '감정의 가격표'에 휘둘리고 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이 메커니즘을 알게 되었다. 뇌는 끊임없이 "지금 당장 편하고 자극적인 걸 선택해! 너의 기분을 생각해!"라고 속삭이겠지만, 더 이상 그 속삭임에 속지 않기로 했다. 오늘 저녁 식사는 팜유와 쇼트닝 과자 대신,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가 풍부한 당근을 올려야겠다. 길게 보면 그게 진짜 투자니까.






과자 원가 출처

https://v.daum.net/v/7AMgf6OJv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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