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운영자 자격증 취득과정

독서모임 운영을 위한 필수 자격요건, 일단 시도해보는 마음가짐

by 구닥다리 에디

몇 움큼의 용기를 짜내어 참가해 본 독서모임이 대실패로 귀결되자 이후부턴 다른 독서모임을 찾아 나서기가 저어되었다. 책이라는 공통분모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나의 다른 성향들마저 가리거나 덮어주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당시 내가 참여했던 모임들에선 활로를 찾을 수 없었다. 평균 이상의 낯가림과 굉장히 저조한 적극성을 가지고서는 사실 어딜 가나 대동소이한 결과가 예상됐기에, 그즈음부터 난 다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나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독서모임을 직접 모집해 보는 방법, 수많은 독서모임 중 내게 맞는 모임을 찾아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말이다.


그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면서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어떤 모임을 기획하거나 모집, 혹은 운영한다는 그런 발칙한(?) 상상 말이다. 상상조차 한 적 없었으니, 하물며 현실세계에서 내가 무언갈 조직하고 운영해본다는 건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일이었으며 어찌 보면 그간 공고히 쌓아온 나의 정체성마저 위협하는 일이었다. 상상 속에서도 난 늘 수동적인 인간이었으며 무언갈 말하기보단 듣는 편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잘 못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 문제일뿐더러, 설령 실패로 귀결된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고 익힐 것은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생각이 내 인생 속 전무후무한 첫 시도의 슬로건이 되었다.


‘잘할 생각조차 하지 말자. 일단 해보자’는 것 말이다.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이나 책임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야말로 퇴근 후 나의 온전한 즐거움을 위한 일이 아닌가. '담백하고 가벼운 마음'은 쾌조의 시작을 위해 가장 우선시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별다른 고민을 배제한 채, 먼저 가벼운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 나의 첫 목표가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사실 그땐 생각했던 바의 실천, 그거면 족하 고도 남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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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주체가 되어 독서모임을 운영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그 대상이 처음부터 불특정 다수가 된 건 아니었다. 그럴 배포도 없었을뿐더러 안정 지향적인 나의 성향과도 맞지 않았다. 나는 독서모임은 물론이거니와 어떠한 모임도 능동적으로 운영해 본 적도 없었기에, 모임과 관련한 어떠한 능력도 내 안에 없다는 전제가 깔려야 했다. 이러한 악조건의 전제 하에서 독서모임을 함께 해볼 수 있는 건, 사실 딱 한 가지 경우만이 존재했다. 바로 독서모임의 대상을 친구 및 지인들로 한정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었다.


결심이 선 그 순간부터 친구들을 포함한 지인들을 만나거나 우연찮게 연락할 때마다, 함께 독서모임을 한번 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거창한 건 결코 아님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혼자 읽은 책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독서모임의 단촐한 목적으로 이야기했다. 약 2주 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 뜻을 같이 하기로 한 두 명의 소중한 모임원들이 모이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고작’ 두 명이겠지만, 내게는 한 명 한 명이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독서모임의 모집을 시작하기 전부터 염두에 둔 최소한의 모임원 숫자가 나를 포함한 세 명이었던 터라 이 역시 내게는 쾌조의 스타트였던 셈이다. 이렇듯 독서모임을 위한 판이 서서히 깔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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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마실’은 그렇게 발족하였고, 태동하였다. 절대반지를 사수하고자 떠난 반지원정대, 7개의 드래곤볼을 모으기 위한 손오공 일행의 모험, 짧은 문장력 탓에 무엇에 비견한다 하더라도 당시의 내 심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꿈과 모험의 나라 초입 어디쯤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미지의 세계였건만 그리 큰 두려움은 없었으니 나 같은 겁쟁이에겐 그마저도 신기한 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두려움보다 왜 설렘의 질량이 더 컸던 걸까.


돌이켜보면 난 독서모임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즐거움이 다른 모든 수고스러움과 번거로움, 그리고 두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 이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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