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한 독서를 바란다면 '타인의 자유'를 읽어야 한다.
요 근래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된 책들은 다들 비슷하다. 그 내용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책들 모두 하나같이 무게감 있고 울림이 있는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편안하게 쓴 '산문'의 형태를 하고 있건만, 내공이 있는 작가들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에도 허툰 단어들이 박혀 있는 법이 없다. 고심하고 고르고, 숙고해서 선택한 단어들이 즐비하다. 읽기만 해도 공부가 되는 기분, '좋은 문장'의 교본이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이 책 '타인의 자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근래 난다에서 출간되는 산문들의 저자 면면을 보면 '낯설다' 여길 수 있다. 나 역시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저자의 이름이 생각난다거나, 다른 분야의 책을 통해 어깨너머로만 언뜻 알게 된 이름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인 '오은' 님과 '박준' 님, 김용택 시인이 그러했고, 내겐 바로 이 책의 저자 '김인환' 작가님이 더욱 그러했다. 연배가 있으신 분이라 자칫 글이 고루하고 지루하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몰라도 쓸데없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강하게 밀려왔다.
독서의 가치를 비롯해서 중세철학산책, 과학기술의 위기와 인문학의 방향 등, 총 11 가지의 다양한 담론들을 소재로 한 저자의 '고견'이 담겨있다. 어정쩡한 생각과 의견, 아니면 말고 식의 추론과 짐작이 아닌, '고견'이자 그만의 '철학'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 단언과 단호함이 그의 글 안에 서려있다. 한 호흡(문단)에 담긴 그의 철학이 읽기에 일면 버겁다 느낄 때도 있지만 이는 분명 즐거운 버거움이다. 그간 외면해온 부족함의 소치임과 동시에, 채워 넣어야 할 빈자리를 발견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나이와 경험은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반면 연륜 없인 결코 쓸 수 없는 글들도 있다. 단순한 경험만이 아닌, 경험과 축적된 지식이 함께 어우러진 글들이 바로 그러하다. 1946년 생인 저자 김인환 님은 70을 넘기신 어르신으로 그가 삶 속에서 느낀 바와 사유를 인문학적 토대 위에 책에 담았다. 넘칠 듯 풍요로운 그의 다양하고도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은 읽는 이를 겸손하게 만든다. 그간 잊고 살았던 '교양'이라는 단어가 떠오른 건 책을 통해 자아를 성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간 이런 책들을 쉬이 발견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그리 많지 않다.
읽기에 아주 쉬운 글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본디 어떤 배움이란 그리 순탄치 않을 수도 있지 않나. 반대로 쉬운 언어로 쓰인 것들만 읽는다면 머지않아 어떤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따금일지라도 머릿속에 새로운 영감 집어넣는 시도를 우리는 해야만 한다. 그게 바로 독서의 효용이라 난 믿기 때문이다.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책, 과정이 마냥 편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완독하고 난 뒤 난 조금이라도 더 자라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며 느낀 분명한 사실은, 난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 그것만 깨쳐도 난 이 책을 읽은 큰 의미를 찾았다고 말하겠다.
넘쳐나는 에세이들의 향연들 속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독서가들도 있을 것이다. 시류와 상관없이 잘 정제된 책들도 있지만 더러 시류에 편승하고자 하는 에세이들도 적지 않는 요즘이다. 그럴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대중적인 책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이라도 마주해야 할 책이 아닐까. 그 시기가 이르면 이를수록 배움의 밀도는 더욱 높아지리라. 느끼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다.
이따금 그렇듯 허울뿐인 독후감이 되었다. 감동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그러나 달리 방도가 없었다. 하여 직접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만 담았다. 그의 사유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나의 권면에 마음이 동할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