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한다.
코로나로 몇 달 동안 집에 갇혀 지냈는데,
매일같이 수업 듣고, 복습하고,
시험까지 보면서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힘들다는 표현만으론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그나마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라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돌아보면 어릴 적엔 공부 자체를
좋아한 적은 별로 없었다.
좋아하는 과목과 싫어하는 과목의
온도 차가 뚜렷했고,
관심 있는 과목은 신나게 파고들었지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과목들은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책을 읽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영국법 공부도
사실 따지고 보면 실용적일지는 잘 모르겠다.
문화적 맥락이 다른 재산법이나
각종 범죄와 살인이 난무한
형법 케이스들은 가끔은 너무 낯설다.
그런데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
이건 내가 원해서 선택한 공부니까.
이 유학은, 이 공부는
남들이 권해서가 아니라
내가 수없이 고민하고 고르고 결심한 선택이었다.
힘들게 결정한 만큼,
더 애정이 생겼고, 더 오래 붙들고 싶어졌다.
세 번째 락다운,
친구도, 가족도, 아무도 없는 낯선 땅.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휴학을 하고,
진로를 틀고, 떠나가는 걸 보면서
가끔 아니 자주 흔들렸다.
이 긴 터널의 끝이 있을까,
답답하고 캄캄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탈히 버티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였기 때문이다.
선택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