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다운 속 또다시 시험

by 이음

영국에 온 이후로,

나의 1월은 늘 시험과 함께였다.


LPC가 시작된 이번 해도 다르지 않았다.

새해가 밝았지만, 설렘보다는 압박감이 더 컸다.

다가오는 기말고사를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새해 인사를 잊게 만들 정도였다.


첫 번째 학기의 필수과목 시험은

2주에 걸쳐 치러졌다.

당연히, 코로나로 인해 모든 시험은 온라인이었다.

사망자 수가 급증하던 시기라,

집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다행이었다.


하지만 시험 준비부터 실제 응시까지,

모든 과정을 작은 기숙사 방 안에서 해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답답하고 숨 막히는 일이었다.

실무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라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시험 소프트웨어가

학부때보다 더 진화해있었다.


상반신이 카메라에 계속 노출되어 있어야 했고,

자세를 바꾸거나 시선을 돌리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감시 당하는 기분 속에서 시험을 치르는 건,

마음까지 경직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추가 모니터를 허용하지 않았다.

작은 노트북 화면에서 시험지를 띄워 놓고,

자료도 확인하고,

동시에 답안지를 작성하는 게

물리적으로 너무 불편했다.


부동산법의 경우 첨부자료들이

수십페이지에 달하는데

그 자료 파일이 열리지 않아,

몇 번이나 로그아웃하고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4~5시간짜리 시험인데도

중간에 화장실을 가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기숙사 내 소음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혹시 오해를 사는 건 아닐까, 괜히 불안했다.


시험이 끝난 뒤엔 늘 친구들과 시험 얘기를 하며

웃고 떠들며 회포를 풀던

그 시간이 기다려졌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모두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시험을 마쳤고,

채팅방으로만 간단히 소감을 나누는 게 전부였다.


얼굴을 보고 나누는 이야기와

화면 너머 문자로만 오가는 대화는,

결국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갈 곳이 없었다.

락다운은 계속되었고,

일상은 여전히 갇혀 있었다.

그날 이후로, 더 간절히 바랐다.


언젠가 다시 한 공간에서,

함께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르고,

수고했다며 얼굴을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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