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잉전쟁, 런던에서 집구하기

by 이음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드디어 락다운이 끝났다.

여전히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높았지만,

비보다 해가 비추는 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집에만 있으라고 하는 건

이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몇 달 후면 기숙사 계약이 끝나서

다시 이사 갈 집을 찾아야 했다.

LPC가 끝나면 학생 신분도 끝이니,

기숙사를 연장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좁고 답답한

기숙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함께 런던에 남아 있던 로스쿨 친구와

같이 집을 찾기로 했다.

좁은 기숙사 생활과 학교 주변의 열악한 환경에

둘 다 지쳐 있었던 터라,

좀더 안정적인 동네로 목표로 집을 찾아 나섰다.


학교 근처 기숙사에서만 살다가,

이제는 런던 전역이 선택지가 되었다.

진짜 ‘런던인’이 되는 느낌에 살짝 설레기도 했다.


우선 런던 지도를 펼쳐두고,

살아보고 싶었던 동네를 나열했다.

부동산 사이트를 뒤지며 매물을 살펴보고,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돌렸다.

굉장히 다양한 지역을 리서치했고

여러 집을 컨택했기에,

솔직히 금방 집이 구해질 줄 알았다.

런던 전역의 매물을 대상으로

비교하는 꽤 멋진 엑셀 시트까지 만들었고

그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락한 거의 모든 집들이 이미 나간 상태였고,

방금 새로 나왔다는 매물도

뷰잉 날짜를 잡는 사이에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들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건

대부분 이미 나간 집이었고

남아있는 건 사진이나 설명과 다른,

소위 이유가 있는 하자 매물 들이었다.


락다운 해제 직후의 런던은 ‘뷰잉 전쟁’ 중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집들이

온라인 뷰잉만 제공했지만,

1년 이상 살 집을 영상만 보고

계약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렇게 집을 구했고,

그러다보니 실제 뷰잉을 하기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진짜 전쟁은 따로 있었다.

바로 ‘런던의 부동산 에이전트들과의 전쟁’이다.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는

에이전트가 거의 없었다.

열쇠를 가져올 에이전트가

잠수를 타는 일도 다반사였다.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도

“담당자가 전화를 안 받는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기 일쑤였다.


운 좋게 에이전트를 만나도

엉뚱한 집 열쇠를 가져오거나,

집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

집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 눈에 좋아 보이는 집은 남들 눈에도 그랬고

당연히 경쟁이 치열했다.

집을 보러 가면 대여섯 팀이

모여 있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 와중에 에이전트가 나타나지 않아

모두가 욕을 하며 돌아가기도 했다.


집한번 구경하기도 힘든 런던의 부동산 시장…

그렇게 나는 런던의 악명 높은

뷰잉 전쟁을 몸소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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