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려던 순간, 집이 생겼다

by 이음

혼자 살 원베드룸을 찾는 건

런던에서 가장 가성비 떨어지는 일이다.

투베드룸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검색 조건을 원베드룸으로 바꾸는 순간,

예산은 훌쩍 초과되기 일쑤다.


애초에 친구와 함께 투베드룸을 구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치열한 뷰잉 전쟁과

외국인에게 거의 1년치 선급금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자 친구가 포기해버렸다.


취업도 막막한데 집까지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막상 겪고 있자니 멘붕이 온 듯 했다.

계약 직전에 포기를 해버리고

친적집으로 가버린 그 애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눈앞이 캄캄했다.

기댈 친척 하나 없는 신세가 처량했다.

이러다 정말 집을 못 구하는 거 아닐까.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불안이 점점 커져갔다.


내 런던 생활은,

유독 이렇게 불확실성만 커져가는 것 같았다.

무언가 안정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고,

그저 또 하나의 시험대에 선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예전에 봤던 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에

우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그동안 소식이 없어서 다른 집을 구했는지 물었다.


그 집은 위치는 좋았지만,

너무 오래된 건물의 엘리베이터 없는 꼭대기 층.

방 하나는 너무 작기도 해서

처음엔 더 연락하지 않았던 곳이다.

게다가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앞뒤로 줄줄이 사람들이 뷰잉을 오고 갔던 터라,

기억하고 연락을 준 게 고마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혼자 살아야 할 상황이 되었다고 말씀드리자

집주인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방 하나는 너무 작아서 커플이 아니면
두 사람이 살긴 애매하니 혼자 사는 건 어때요?"


게다가 현재 구직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렌트도 낮춰주시겠다고 했다.

취업하면 그때 다시 렌트를 조율하자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따뜻한 제안까지 해주셨다.


그 집을 보러 갔을 때,

거의 취업 면접처럼

왜 한국에서 왔는지,

뭘 공부했고 성적은 어떤지

자세히 설명해야 했는데,

그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건 집을 구하는 게 아니라

구직을 하는 것 같다고 불평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때 진심을 다해 대답한 게

오히려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 것 같다.

이사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가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거의 포기하고 있던 순간,

‘아직은 런던을 떠나지 마’

그런 메시지를 받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런던 라이프는

조금 더 연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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