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들이 들려 준 중국의 이면에 대해서
안녕하세요.
기존 글의 호흡이 길어 두 갈래로 끊어 연재합니다.
(먼저 읽어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
1편에선 중국 결혼과 취업에 관해 작성했습니다 > 24화 중국 MZ, 지금의 중국을 말하다
이번 글은 중국 정치, 그리고 빈곤에 대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역시 한 개인들의 의견이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글은 원래 여행기 흐름대로 중국 윈난성 샹그릴라 편으로 이어집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
3. 언론 보도 자유? 그런 거, 우린 없어.
중국 배낭여행을 할 무렵엔 한국 대통령 탄핵 뉴스가 중국 CCTV(공영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을 때였다. 그 덕에 현지에서 만나는 이마다 '너네 나라 괜찮아?'라는 우려 섞인 질문을 들어야 했다.
중국 전력공사 직원인 위천 역시 우리나라 탄핵 소식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탄핵 이전에 국회의사당에서 매주 진행된 평화 시위도 대단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린 탄핵이란 개념이 없지.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게, 애당초 가능한가?"
살짝 체념한 듯한 표정의 그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중국 공산당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래 지금까지 75년째 1당 체제를 유지 중이다. 공산당은 군대(중국인민해방군)를 비롯해 언론, 행정, 교육 등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옛 세대라면 모를까, MZ 시각은 좀 다르지 않을까.
"중국은 1당 체제잖아. 정치적으로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건데 우려되는 건 없어?"
"그거야 윗 분들의 내부 사정이지. 한 당만 있다고 해도 내부 고위층의 분쟁이 치열하거든."
"하지만 한 당 체제 아래 중국 국민들의 자유는 여러모로 억압받고 있잖아.
네 말 대로 너넨 대통령이 잘못을 해도 탄핵도 어렵다면서? 불만은 없어?"
위천은 내 질문에 황급히 주위 사람들 눈치를 살폈다. 그리곤 핸드폰 메모장에 뭔가를 적어 보여줬다.
순간 목이 바짝 마른 기분이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한 나라의 무거운 공기가 차갑게 와닿았다. 위천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들린 샹그릴라의 작은 식당에서 그간의 침묵을 깨고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넌 기자니까 알겠지만, 민주주의인 한국은 보도의 자유가 있지?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뉴스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 정부에 의해 철저히 검열되니까 하지만 이해하려곤 해. 우린 인구 다국이니까 어떤 내용이든 죄다 보도하면 사회 혼란이 커질 수 있으니까.
너네 대통령의 계엄령이 나쁘단 걸 알아. 하지만 우리 대통령이 계엄을 내리면 어떤 언론사가 비판을 할까? 중국 언론사는 어쩔 수 없이 중국 정부 지시를 따라야 해. 이 중국이란 나라에서 나고 자란 이상, 불만 가질 것도 없어. 결국 따를 수밖에."
비판조차도 미안할만큼 위천의 말에는 현실을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무게가 느껴졌다. 언론자유, 검열, 정치 참여. 거창한 개념보다 더 강하게 다가온 건 위천의 담담한 체념과 수긍이었다. 뉴스로 보던 중국을 넘어서 사람이 사는 중국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인데, 조금 수동적인 것 같아."
"그게 바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겠지.
우리 중국은 공산주의란 이념 아래 개혁개방 30년에 현재와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룩했어. 우리 국민 대다수는 마음속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어. 그러니 누가 현 체제에 반발하겠어?"
현재 중국 내 언론은 정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으며 비판적 보도나 체제에 반하는 내용은 사전에 검열되거나 사후 차단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허난성처럼 특정 지역에 한해 더욱 강화된 '지역 맞춤형 검열'이 시행되고 있어 정보 접근 격차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조차 정부가 원하는 발언만 강요받고 있으며 SNS나 외신 보도도 광범위하게 차단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자체 선전 매체를 확장하는 한편, 외부 비판의 유입을 체계적으로 봉쇄하는 이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출처 : 주요 외신 보도 종합 The Guardian, The Washington Post, Le Monde)
"마오쩌둥에 비해 시진핑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정치적 평가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그러나 불만이 있대도 누가 앞장서서 비판하겠어? '알아도 말하지 않는 것', 그게 우리들의 정치 참여 방식이야."
"너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플랫폼도 사용 제한하고 있잖아. 미디어 콘텐츠도 모두 검열 대상이고. 아무리 내수 시장 수요가 크다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진단 우려는 없어?"
"인정해, 중국 정부 통제 영역은 지나치게 광범위해. 특히 영화, 드라마 산업은 수 억을 투자하지만 해외에선 전부 망했어. 미디어는 자유로운 제작이 보장돼야 하는데 내용 검열이 엄격하니까."
"아무튼, 난 너희 체제가 무서울 때가 많아. 어딜가나 공안들이 골목을 지키고 있는 것도, 길거리 지나다니는 공안들이 전부 총을 들고 무장한 것도. 지하철 탈 때마다 가방 검사를 하는 것도. 이 민주주의 한국에서 온 내겐, 하나도 자유롭지 않아!"
내 말에 위천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사회 구성원들은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 철저한 통제 역시 삶의 일부가 되지. 이러한 통제가 있었기에 지금의 강한 중국이 탄생한거야."
[중국정치 참고 뉴스]
1. "북미 위협하더니"… 쪼그라드는 中 영화시장 - 조선비즈
2. 중국판 ‘디지털 감시 사회’ 완성 단계… 인터넷 ID로 국민 추적 < 이슈 < 글로벌 < 기사본문 - 디지털비즈온
4. 빈곤?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아
지하오는 청년 공산당원이다. 21살인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꽤 어릴 때 입당했다. 다만 명목상 '당원'일뿐 실질적인 정치 활동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살면서 공산당원을 직접 만나본 건 처음이었기에, 그의 이야기가 특히 궁금했다. 쓰촨성 청두에서 함께 훠궈를 먹던 날, 나는 슬쩍 입당 계기를 물어보았다.
"있잖아, 너는 왜 공산당원이 됐어? 나중에 정치 활동도 안 할 거라면서."
"현 정부가 내세우는 '정부는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라는 선언이 맘에 들어서 가입했어. 나도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었고."
그 순간, 한 여자아이가 바구니를 양손에 든 채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간식 따위가 가득 들어있다. 지하오가 "우린 필요 없어, 미안해"하며 손을 내젓자, 아이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다음 테이블로 향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그에게 물었다.
1978년부터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은 세계 경제의 ‘공장’이자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며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의 혜택이 고르게 분배되지는 않았습니다. 산업화, 도시화 중심 성장으로 대도시와 해안 지역, 동부 지역이 급속히 발전한 반면, 내륙과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됐습니다.
최근 10여 년간 중국 정부는 ‘빈곤 탈출’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집중 지원을 통해 약 1억 명 이상 빈곤층을 극복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와 지역 격차가 워낙 커 ‘부익빈빈익부’ 현상 자체를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은 아직도 빈부격차가 심하지? 방금 저 애처럼."
"중국엔 여전히 하루 삼시세끼 감자만 먹는 빈곤층이 있어. 우리가 다녀온 윈난성에도 도시 곳곳에 극빈층 마을이 잔존하고 있고.
가장 큰 원인은 지방 정부가 부패했고 또 다른 원인은 극빈층의 수가 너무 많아서 관리가 어렵단 거야. 물론 중국 정부에서도 빈곤층 해결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거든."
중국은 중앙 정부가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고 있음에도 지방 정부 차원에서 부패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지방 관료들이 공공 자금 횡령, 토지 매매 부당 개입, 인사 청탁, 뇌물 수수 등에 연루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2012년부터 대대적인 반부패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수많은 고위 관료들이 처벌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방 하위 공무원과 실무진 사이의 부패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중앙의 감시망을 피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너도 알다시피 중국은 과거 개혁개방 이후 굉장히 빠른 경제 성장을 겪었어.
그러나 경제 발전과 도덕 수준의 발전 속도는 결코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불공평한 점은 있어. 그 간극을 해결하는 게 현 정부와 우리 국민들의 역할이겠지."
"어쨌든 나는 우리나라의 공산주의에 대해서 부정적이지 않아.
지금은 완전한 사회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가 노력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야. 정치적, 이념적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물론 그리고 너희의 민주주의도 좋게 생각해.
광화문 광장에서 이뤄졌던 촛불 시위는 내게 정말 충격이었거든."
"맞아. 우리 국민들은 시위 과정 중에 폭력도 강압도 없었어. 평화 시위 그 자체였지."
"다음 대통령은 민주당 쪽에서 될 것 같던데, 사실 많은 중국 국민들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어.
중국에서 한국에 갈 때 비자가 필요한 데 이 발급 받는 기준이 까다롭고 돈도 많이 필요하거든. 만일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좀 더 방향으로 끌어간다면, 이러한 절차를 좀 완화해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고.
너도 알다싶이 중국 사람들은 한국인들과 한국 문화에 대해 굉장히 호감적이야. 그래서 한국에 놀러가고 싶은 사람들도 정말 많아. 비록 한국에선 중국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으로 인지하진 않지만."
그러다 갑자기, 지하오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리우화, 나중에 우리 중국 여행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 했지?"
"응. 기회가 된다면."
"그럼... 중국 정치와 빈곤에 관한 이야기는 빼 줘. 있잖아, 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건 원치 않아. 어떤 나라든 숨기고 싶은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잖아."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옮겨 적기로 했다. 어떤 나라든 낮과 밤을 동시에 품고 있고, 외면할수록 진실은 더 또렷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들은 중국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 그것이 여행자이자 기록자로서 내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중국빈곤 관련 참고 뉴스]
2. [중국 공산당 100년, 시진핑의 비전과 현실](2)빈부격차에 나자빠진 청년들…인구 절벽도 중국에 큰 위협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