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육자의 일기
국제학교에서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국제학교를 나왔으니 당연히 해외 명문대에 진학해야 하지 않나요?”
학생, 학부모, 때로는 교사들까지도 이 ‘틀’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진로란, 결코 한 줄의 정답으로 요약될 수 없는 복잡한 여정임을 나는 매일 현장에서 실감한다.
국제학교 학생들은 IB, AP, A-레벨 등 글로벌 커리큘럼을 이수하며, 자연스럽게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는다.
특히 학부모들은 ‘국제학교=해외 명문대’라는 등식에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종종 자신만의 진로 탐색 기회를 잃고,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미루게 된다.
실제로 상담실에서 만난 한 학생은,
“모두가 하버드, 옥스퍼드, 스탠퍼드만 바라보는데, 나는 예술이나 디자인을 하고 싶다”
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학생의 불안은 단순히 대학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틀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했을 때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교육자로서 나는 학생과 부모, 그리고 학교의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쓴다.
진로 상담의 시작은 언제나 ‘질문’이다.
“네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뭐니?”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겁니?”
“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뭐야?”
이런 질문들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시선, 그리고 ‘명문대 진학’이라는 압박이 학생의 선택을 제한한다.
때로는 학생이 용기를 내어 다른 길을 선택하겠다고 해도,
“그래도 네가 해외 명문대를 갈 수 있는데, 굳이…”
라는 말에 다시 흔들리기도 한다.
진로 지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감정은 ‘불안’이다.
‘내가 이 길을 가도 괜찮을까?’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남들과 다르게 가도 괜찮을까?’
이 불안은 학생만의 것이 아니다.
부모 역시 “내가 아이를 잘 이끌고 있는 걸까?”라는 걱정을 안고 있다.
나는 이럴 때 ‘성장의 과정’에 집중한다.
진로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다듬어지는 여정임을 강조한다.
특허 출원, 인턴십, 예술 활동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자신만의 길을 찾는 학생들을 응원한다.
교육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지하는 것이다.
때로는 부모와 학생 사이의 대화 창구가 되어주고,
때로는 학생이 자신의 선택을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준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진로는 결국 학생 자신의 몫이다.
아무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경험을 연결해줘도
마지막 선택과 책임은 학생 본인에게 있다.
국제학교 학생의 진로 고민은
‘국제학교=해외 명문대’라는 틀을 넘어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자로서 내가 바라는 것은
학생들이 남의 기대가 아닌,
자신만의 목소리와 꿈을 따라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것이다.
진로란,
정해진 답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정임을
오늘도 학생들과 함께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