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윙가디움 레비오사

by RECO

나는 '후회'를 사랑하지도 않는데 곁에 둔다. 특정시점으로 돌아가서 표정과 말들을 곱씹는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그 말을 왜 했을까.


추잡한 총구가 이마에 겨누어지면 몸서리가 쳐진다.

찢어버리고 싶은 심연 속 장면들과 마주한다. 두 손을 꼭 쥐고 픽션이길 바라지만 그것은 키 큰 내 바람일 뿐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과거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그 사건으로 인해 나머지 삶을 영향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잊힐 권리를 부여한다. 즉 특정시점의 사건으로 그 사람이 정의되지 않도록 권리를 주고 또한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범죄사실조차도 소비되는 '잊힐 권리'라니..


누군가의 가슴을 아프게 한 순간과

나조차도 내가 보기 싫어 눈 감아버린 순간들로부터

잊힐 권리를 부여하고 싶다. 그 누구도 내게 주지 않는 그 권리를 자신에게 주고 싶다.


주인 없는 개의 하얀 뇌처럼 잊히자

틀니처럼 딱딱거리고 오들오들한 순간으로부터 잊히자.

누군가 던진 수류탄처럼 펑하고 잊히자.

대낮의 눈부신 햇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잊히자.

좁쌀을 먹는 새의 부리처럼 콕콕 찍어 잊히자.

파란 바람이 감춰버린 깃발처럼 한 바퀴 돌아 잊히자.


잊어주라. 잊힐 권리를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