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나서

울림...

by 정은영

2023년 12월 16일 오후 8시 10분

"딸? 엄마랑 '서울의 봄'보러 갈래" 이미 해가 지평선으로 사라진 지 네 시간이 흐른 시각. 갑자기 엄마의 제안에 휘둥그레진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응. 나도 그 영화 보고 싶었어. 우리 반 친구들은 거의 다 봤대." 침대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외출할 준비를 순식간에 마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울 딸이 이렇게 행동이 민첩했나 놀라울 지경이었다. 토요일 심야영화이다 보니 좌석은 충분하다 싶어, 예약을 하려니 좌석이 거의 다 찼다. '이럴 수가...'.

살짝 당황스럽긴 했지만 소문대로 오전부터 심야까지 좌석이 거의 다 차 있었다. 예약한 영화 상영 시작 20분 전에 영화관에 도착한 우리는 예매한 표를 발권받고, 콤보팝곤 세트 2인분도 준비하고, 영화상영 대기 휴게실에서 오붓하게 마주 앉아 기다렸다.

딸아이와의 영화관람은 올해 상반기 때 한번,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남편과는 언제 같이 영화를 보러 왔는지 기억에도 없다. 영화 보러 영화관까지 오는 것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지금은 한참 일하고 있는 중이기에 어쩔 수? 없이 딸과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는 걸로....

대기 15분 전... 팝콘에 눈을 뗄 수가 없어,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었다. 출출한 내 위를 달래주는데 이만한 게 없지 싶다. 조금만 입에 가져가야지 하는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 어느새 팝콘이 반이 줄었다.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되겠다 싶어, 손을 멈추었을 무렵, 드디어 영화상영 시간이 되어 우리는 예약석의 번호를 찾아 자리에 앉았다. 심야인데도 사람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찾아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영화상영이 시작되자 우리는 스크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큰 틀은 유지하되 인물 간의 내면 갈등과 상황은 각색한 듯 보였다. 당시 서울에 12.12 군사반란 사태를 모티브로 한 영화여서인지 시작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전시 상황이 연출되었다. 딸아이는 옆에서 탄성과 함께 "엄마? 정말 저랬어?" 하면서 분노의 눈빛이 점점 타오르는 듯했다. 나는 마치 영화 속 장면으로 들어가 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손에 땀이 차고, 심박수는 계속 오르고 있었다. 요즘 2~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sns상에 핫한 심박수 챌린지 인증하기가 왜 돌고 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사건을 잘 안다고 생각했었던 나는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픽션의 방식으로 던져놓고 관람객에게 생각을 묻는 것 같았다. 단지 분노만 느껴 라식 감정의 테크닉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이 역사적 스토리를 대다수가 알고 있겠지만 이것까진 몰랐을 요소요소 장면들이 있었다. 12.12군사 반란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과연 지금껏 바뀐 것이 무엇이고, 바뀌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권력과 탐욕에 눈이 멀어 힘이 없는 대다수의 삶과 생명을 어떻게 지금껏 빼앗을 수 있었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이 영화를 보라고 권하는 것 같았다. 이 영화는 막이 내렸지만 관람객들 대다수는 잠시 자리에 일어나지 못했다. 굳이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없다.


"엄마? 내가 영화를 지금껏 봐오면서 이렇게 화난 영화는 처음이야. 이렇게 끝난다고?" 그렇다. 권선징악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데, 분명 이 영화의 결말을 권선징악으로 이끌지 않고, 마치 이 영화의 결말이 끝난 것이 아니라 현실과 이어진 사건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닌가 생각했다.

"글쎄.. 엄마 생각엔 이 영화는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해." 나의 대답에 딸아이는 긴 한숨과 슬픈 눈망울로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딸? 너무 슬퍼하지 마.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어. 그리고 심판과 상이 있지. 인간은 진정한 심판관이 될 수 없지만 참 하느님만이 심판관이시잖아. 참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의 행위를 결과가 아닌 과정을 지켜보시고, 판단하셔. 참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심판을 받겠지. 참 하느님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참 하느님께 불쾌하게 여길 악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참 하느님을 멸시하고 무시한다면 결국 심판받지 않을까? 그 심판은 절대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야. 그 심판은 참 하느님의 권한이야. 그 심판을 인간이 하려 하는 것은 참 하느님의 권한을 빼앗는 거만하고 악한 행위지. 모든 사람은 한 곳에서 왔다가 한 곳으로 가잖아. 악을 행하는 자들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우리가 그분의 형상을 닮아서 그런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 분노를 우리가 올바른 방식이 아닌 그릇된 방식으로 표출하게 되는 것이 잘하는 행동일까?" "아니지." "맞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항상 올바른 방식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돼. 자.. 이제 집에 가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이 어둡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듯 하지만 결국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고,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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