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아? 안녕!
산과 들이 작은 마을을 휘어 감고, 쭉쭉 뻗은 높은 나무가 유일한 동무였던 나의 어릴 적 시절..
자연과 벗하며 자연과 함께 하나 될 수 있었음에 오늘 새삼스레 감사가 넘친다.
뒷동산에서부터 들려오는 처음 듣는 새 울음소리도 신기했지만, 그중에서도 까만 밤하늘을 수놓았던 반딧불을 구경하노라면 끝없이 펼쳐지는 상상의 날개로의 여행이 참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신기한 눈으로 밤하늘을 수놓은 반딧불이를 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아쉽게도 요즘은 반딧불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지만, 그래도 옛 추억이 되어버린 반딧불이를 흐릿한 기억 속 저편으로부터 불러낼 때면 퇴색된 영상들이 페이드 인된다.
어느덧 영화 속 한 컷의 장면이 떠올라, 우울했던 내 마음 밭에 고마운 단비가 내려, 아름다운 꿈을 꾸게 만든다.
어릴 적 티 없이 맑았을 때, 반딧불이를 보고, 어쩌면 저렇게 자신의 몸에서 밝은 빛을 발할 수 있을까?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빛 같아, 행여나 뜨거워 타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다.
이 신기한 반딧불이를 간신히 잡아, 투명한 유리병에 넣었을 때, 그 희열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마치 눈앞에 미지의 세계인 커다란 그 문을 열고, 통과해 비밀이 묻힌 초원으로 초대된 것인 양, 착각을 일으키는 이 설렘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 기쁨은 잠시, 그 반딧불이는 시간이 흐르자, 밝게 빛나던 빛이 사라지고, 좀처럼 빛을 내지 않는 것이었다.
유리병을 이리저리 흔들어 봐도 빛을 잃은 반딧불이는 수명을 다한 생명처럼 꺼져가는 것 같았다.
왜 그럴까? 왜지? 하며 의문에 휩싸인 나는 동네 언니한테 달려가 나의 답답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은영아! 여러 마리의 반딧불이를 더 잡아서 같이 유리병에 넣어봐!" 이런 제안을 내게 해주었다. 나는 얼른 몇 마리를 더 잡아서 그 유리병에 넣었다. 그랬더니 조금 있으니까, 빛을 잃었던 그 반딧불이는 다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새 생명을 다시 찾은 반딧불이.....
'뭐지?' 빛을 내기 시작한 반딧불이를 보고 다행이었지만 순간 의문이 들었다. 홀로 있을 땐 빛을 내지 않다가 동료들과 함께하니 빛을 내는 반딧불이를 보고 있자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작은 사랑방 안에 희미한 불빛 사이로 12살 연상인 막내 고모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다. 방 한 켠에, 세상 고민을 다 짊어진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막내고모가 말했다. "은영아! 반딧불이 살아났네?!" 눈을 찡끗하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나는 한참을 빛을 내는 반딧불이들을 바라보다가 큰 결심을 하려는 듯 입술을 꾹 닫은 채, 손을 내밀었다. 병에 갇힌 반딧불이를 놓아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는 병뚜껑을 열고 밖에 나갔다. 갇혀있던 반딧불이들이 하나 둘, 자유의 몸이 되어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듯 반딧불이들은 내 머리 위로 빙빙 돌더니만 내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나의 욕심 때문에...
'나의 욕심 때문에 불쌍한 반딧불이는 외로움에 숨 막혀했구나..' 하며 나의 잘못을 뉘우치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을 하노라니, 오늘도 혹 나의 이기심 때문에 이 반딧불이처럼 마음 다치며,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었나? 하며 생각해 본다.
상대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내 것으로 욕심을 채웠다면 이제는 상대방의 마음에 서고 싶다.
한 마리의 반딧불이 곁에 또 한 마리의 반딧불이 있어 준 것처럼, 나도 그런 반딧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