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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Sep 14. 2022

#5. 요가가 주는, 감정의 단조로움

배우지 않고 스스로 터득하는 것들

 사람은 대부분 스스로 걷는 법을 깨친다. 몇 백번, 혹은 몇 천 번 넘어지고 주저앉으며 비로소 두발로 서기 시작한다. 엄마가 혹은 아빠, 또는 가까운 보호자들이 손을 잡아가며 때론 곁에서 함께 해주지만, 정확하게 발의 어느 부분이 지면과 닿아야 하고 발의 어느 부위부터 땅과 닿아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해서 처음 서기 시작했으면, 그 '이렇게'함을 기억 삼는 지도 모르겠다.


 이와 비슷하게 배우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잘 살아가는 부분이 바로 호흡이다. 숨 쉼. 가장 기본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나의 생명을 이어주는 기본적인 활동이지만, 본능적으로 엄마의 몸속에서 빠져나오며 우리는 숨쉬기 시작한다. 나의 첫 목소리와 함께.


자연스럽고 내가 나도 모르게 배운 것들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정 배워야 하는 두 가지를 얘기하자면 걷기와 호흡인 것 같다.



나는 이걸 요가로 통해 다시 제대로 배웠다. 나-마스떼!



 요가를 왜 좋아하게 됐냐, 고 누군가 물어보면 내 호흡과 지면과 닿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요가를 통해 비로소 복근을 얻고, 넓게 펼쳐지는 등근육을 얻었지만, 삶에서 방점을 찍은 부분은 호흡을 통해 나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 부분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의 엄마는 서른 중반부터 감정 기복이 심해서 정신과 약을 드셨다고 했다. 사실 나는 그때의 엄마가 안쓰럽기보다 그 나이가 됐을 때의 내가 걱정된다.


정신간호학을 배우면, 거진 모든 정신질병 원인의 첫 번째 이유로 가족력이 나온다. 그 DNA는 어디 가지 않고 내 몸에 머물기 때문에, 그 감정의 예민함과 요동침도 내 몸에 그대로 넘어오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나도 요즘 내 심정을 잡아두기가 어렵다. 바깥의 소리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호르몬의 폭풍에 감정도 그대로 휘몰아친다. 그때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가 수련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호흡에 머문다.


지금의 나는 여기에 머물고, 여기에 있는 것만이 지금의 나이다. 끌고 오는 걱정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계획들은 다 여기에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러면서 들숨과 날숨을 몇 차례 오고 가다 보면, 진정되는 나의 심박수와 안도하며 지금을 보다 단조롭게 만들고 있는 내가 보인다.



어릴 때였나 들었던 말 중에, 사람만이 유일하게 심장 박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었다. 호흡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그 이후, 나는 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빨리 뛰거나, 흥분했을 때 횡격막을 아래로 내리며 깊게 호흡한다. 그러면 어느새 방방 뛰며 아드레날린을 뿜어대는 나는 사라지고, 잔잔한 물 위에서 배영치는 내가 나타난다.


모든 사람들이 요가를 했으면 좋겠다. 요가를 배우기보다, 요가를 통해 호흡을 배워 감정을 조절하고 지면을 제대로 밟으며 단단하게 한 걸음씩 떼었으면 좋겠다. 힘들면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제는 눈을 감고 태양경배 시퀀스를 하며 마구 흔들리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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