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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론즈실버 Sep 14. 2022

#6. '결혼식'을 하려고 돈 모으는 이야기

10년 만에 적금을 들게 된 진짜 이유.

8월 월급을 받고, 진짜 딱 10년 만에 적금에 들었다. 그것도 무려 '결혼식'을 하기 위하여!


나름 '간호사'란 직업은 평생 일을 할 수 있고, '나는 건물주의 딸이 아니니 어차피 그래야만 한다.'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나는 꽤나 씀씀이가 헤프다. 어차피 티끌을 계속 모아도 서울의 30년 된 15평 아파트 하나 살 수 없고, 굳이 월급을 모을 필요도 없다고 느껴서 더 그랬다. 간호사로서의 월급은 내가 느끼기에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았기에 사고 싶은걸 고민 없이 샀고, 먹었고, 선물했다. 근데 그러려면 내 월급은 너무 많지도 않았기에 적금 같은 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6년을 만나서 서로 2년째 같이 살고 있는 우리가 결혼식을 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하루 결혼식에 3000만 원을 쓴다는 소리가 놀랍기도 하고 말도 안 되기도 하고, 그래서 '하면 안 되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웨딩홀을 물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심지어 막상 준비하다 보니 그냥 돈이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 같은 ,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나름 하고 싶은걸 다 해본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돈이 왕창 들기 시작했다. 사실 금전적인 계산 없이 무작정 하고 시작했다. 인정한다. 그래도, 결혼식은 차마 타협이 되지 않았다.

 


 신혼여행이야, 나는 우리가 2주를 꼬박 함께했던  제주의 날들보다  새로우며 설레지 않을 것이며, 집이야... 다음 이사갈 때는 조금 더 남향으로 라던가, 거실의 사이즈를 키운다거나 할 수 있고 차는, 나중에  좋은 걸로 바꾸면 되고.  이렇게 '나중'이나 '다음' 기약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을 다시 한다거나 나중에  한다는   유쾌하지도, 하물며 리마인드 웨딩...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알았다.


"아, 나 결혼식에 로망 있던 사람이구나!"


그래서 나는 10년 만에 한 달에 100만 원씩 적금을 들게 됐다. 그리고 매주 3000원씩 늘어나는 26주 적금도 들었다. 다만, 26주 적금은 카카오 뱅크 통장에서 돈이 나가는데 그게 마이너스 통장이라서(지금고 현재 마이너스 유지중!),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이 나가서 적금으로 들어가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그 하루를 위해 12개월 동안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나를, 스윽 위로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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