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신혼여행기 5부.
발리에 도착한지 3일차가 되었다. 바쁜 일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부부는 삼빠띠와 작별한다. 첫번째 목적지는 울루와뚜 사원! 남길의 보호 아래 사원을 둘러보는 우리는 싸가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원숭이들을 피해 사원의 멋진 절경에 빠져든다. 다음으로 서퍼들의 성지인 싱글핀 비치 클럽에서 서핑의 욕구를 강하게 느끼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핫스톤 마사지로 잠깐 돌판 삼겹살의 감성을 느껴보고 짐바란 씨푸드로 이동한다. 아름다운 석양 아래에서 아내와 나란히 앉은 나는 왠지 부부가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 처연히 타오르던 석양이 떨어지자 곧 세 번째 밤을 맞이하게 되는데...
식사를 마친 우리 부부는 시내로 이동했다. 발리는 유명한 휴양지라서 그런지 밤 늦게까지도 관광을 온 사람들이 흥성흥성하게 많이 모여있었다. 클럽 등이 꽤 많은 것 같았는데 남길은 다소 위험하므로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나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우리는 큰 마트로 들어갔다. 환전도 할 겸, 간식 등도 사고자 한 것이다. 역시 이번에도 컵 미고렝은 빼놓을 수 없다. 새로운 미고렝을 집어들고서 아내에게 다가갔다. 마트에서는 독특하게 옷도 팔고 있었다. 아내와 신혼여행 전부터 이야기 했던 것이 여행지에서 현지 옷을 입고 다녀보자! 라는 것인데, 대단히 마음에 든다든지 전통적이라든지 하는 느낌이 없었다. 그러던 중 아내에게 딱 맞을 것 같은 하얀 홀터넥 원피스를 발견했고 즉시 구입했다.
마트엔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한국 상품들이 로컬라이징되어 대단히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특히 소스류가 대단히 많았는데, 고추장 쌈장 된장 등등 한국 마트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한국사람들이 여행와서 한국음식 그리울까봐 걱정할 필요자체가 없겠다.
흔히 열대기후를 가진 나라라고 하면 과일이 맛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발리의 과일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식사 때마다 나오는 과일들이 진짜 세상 이렇게 노맛일 수가 있나 싶었다. 특히 발리 특산물이라는 파파야는 진짜 아무런 맛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마트에서 남길이 이 망고스틴이 진짜 맛도리라고 하길래 의구심이 또 가득해졌다. 그러나 여태까지 남길이 그렇게 뭔가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일단 구입하였다.
우리는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이제 가는 것이다. 물리아 빌라스에. 신혼여행지를 결정했던 2022년 10월 즈음에 발리를 신혼여행지로 결정한 것은 물리아 빌라스의 지분이 매우 컸다. 거의 리조트를 보고 여행지를 결정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신혼여행지를 검색하다가 발리의 물리아 빌라스를 알게 되었는데 사진만으로도 사람을 이렇게 흥분시킬 수 있는 것인가 싶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이는 리조트 내부의 모습과 객실, 개인풀, 럭셔리한 시설들까지. 내가 결혼식보다도 이 신혼여행을 더 애타게 기다린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결혼 전까지 일상에서 지칠 때마다 나는 물리아 빌라스를 검색하면서 버텨왔다. 그리고 이제 나는 물리아 빌라스로 가는 것이다.
우선 로비에 도착했을 때부터 압도적인 스케일에 대경할 수밖에 없었다. 로비가 이렇게 클 수가 있다니. 굉장히 고급스럽게 꾸며진 이곳은 정말이지 눈이 돌아가게 만들었다. 게다가 당시엔 아주 어두운 밤이었기에 뻥 뚫린 주변 경관이 칠흑같아서 보이지 않았는데 단지 로비만 보고도 정말이지 놀랄 만 했다.
로비에는 한국인 버틀러분이 계셨기 때문에 아주 친절하고 편안하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인 버틀러분은 너무나도 알뜰살뜰 우리를 챙겨주면서 이 물리아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망고스틴은 호텔 내부에 반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망고스틴의 과즙은 호텔의 침구나 가구 등에 묻으면 변색되어 복원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설마 남길이 우리에게 던지기를 시도한 것일까? 식은땀이 흐르는 가운데 이곳에 있는 동안 망고스틴을 가방 밖으로 꺼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본래 거짓말도 못하고 아무리 급해도 무단횡단도 안 할 정도로 양심이 취약한 나였기 때문에 너무나 양심에 찔렸지만 밀반입을 해버리고 말았다.(죄송합니다.)
그렇게 체크인을 마치고 버틀러 분은 우리를 외부로 안내했다. 외부로 나가자 골프카트같이 생긴 버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리아 리조트는 정말 초초대형 리조트여서 이동할 때는 항상 버기를 호출해서 타고다녀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버기를 타고서 객실로 향했다. 물리아 빌라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객실에 있었다. 객실의 모습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을 때 이런 멋진 곳이 있다는 것에 너무나 놀랐다. 그 이후로 정말 수백번은 객실의 사진을 보며 언젠가 이곳에 와있을 우리 부부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우리의 객실 앞에서면서부터 우리는 정말 감탄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대문 안쪽부터 우리의 객실인 것이다. 우리의 객실은 505제곱미터로 152평이었다. 정말 미쳤다. 들어오면서 이 넓은 공간이 모두 우리의 것이라는 게 바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마치 헐리우드 스타라도 된 듯한 기분에 나와 아내는 마당과 수영장 앞에서 손을 잡고 방방 뛰어댔다. 어두워서 주변이 어떤지 보이지 않았지만 당장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아침만 해도 삼빠띠를 나오면서 뭔가 정들었던 마음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삼빠띠에겐 미안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삽시간에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의 개인 풀장도 정말 넓다. 특히 수영장을 바라보는 마당의 테이블과 소파는 정말이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성이었다. 도심의 5성 호텔만 많이 다녀본 나는, 처음 느껴보는 아득한 공간감의 풀빌라에 자칫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특히 저 썬베드는 우리가 발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될 예정이다.
신혼여행 특전으로 물리아 측에서 웰컴푸드와 와인을 한 병 주었다. 정말이지 푹신한 소파에서 와인을 쥐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높은 층고 아래에서 들숨마다 개방감에 온 정신과 몸이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너무나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엄청난 크기의 욕실이었다. 휴양을 위한 풀빌라인 만큼 침실 등의 공간보다도 욕실에 매우 큰 비중을 둔 것 같았다. 드넓은 자쿠지와 모든 방향으로 통창으로 된 개방감이 마치 온전히 자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통창 외부에는 식물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정말 정글 한 가운데에서 문명의 호사를 다 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무나 들뜬 기분이었지만 아침부터 너무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온 탓인지 아내와 나는 일찍부터 잘 준비를 시작했다. 게다가 발리의 아침은 밤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물리아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풍경이 너무나 기대되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높다란 천장을 바라보고 아내와 나란히 누웠다. 온 마음 속 공간을 가득히 메우는 기대감에 부풀어진 나는 당장이라도 떠오를 것 같았다. 아내와 나의 얼굴엔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고 우리의 밝은 얼굴은 점차 밤의 그림자 아래로 덮여간다.
부스스 눈을 떴을 때 시계는 오전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항상 같은 시간에 깨는 나는 발리에서도 예외가 없다. 눈을 떴을 때 눈부신 아침이 나를 맞아주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7월 말의 발리는 7시 반은 되어야 해가 떴다. 빨리 아침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던 나는 실외로 나가 풀 앞의 선베드에 누워 비치타월을 덮었다. 맑고 검은 하늘에 드문드문 별이 떠있다. 저 별은 한국에서도 보이는 것이려나. 그렇다면 나는 저별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별에 지금의 순간을 새겨놓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점차 동이 트여오기 시작했다. 나는 선베드에서 혼자 아무런 말도 없이 2시간을 누워있었다. 그런데 정말 일말의 심심함이나 지루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발리의 아침은 그런 것이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것. 그 속에 속해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온전히 채워주는 것이었다. 점차 옅어지는 어둠과 함께 먼 곳에서부터 주황빛 동이 트여오기 시작했다. 해가 비추자 잠들어있던 새들은 저마다 소리를 낸다. 발리의 새소리가 참으로 이국적이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았다.
아침의 물리아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어제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는데 세상이 밝아지니 나는 다시 한 번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먼 곳은 바다였고 거기서부터 떠오른 태양빛이 구름 사이로 마구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나에게까지 그 빛이 닿자 나는 먼 데서부터 다가와준 빛의 따뜻함과 사려깊음에 벅찬 마음이었다. 나는 훈훈해진 마음을 안고 수영장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평소에도 물놀이를 좋아하는 나는 정말 거의 물고기마냥 물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바탕 혼자 물장구를 치고 놀고서 나는 물리아에서 가장 기대하는 공간으로 달려갔다.
바로 야외 샤워장이다. 정말 참을 수가 없는 감성이다. 야외에 푸른 식물들에 둘러쌓여서 샤워를 할 수 있다니. 진짜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정말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만족감은 엄청난 기대를 훨씬 상회했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 식물이 많았던지라 사실 벌레가 많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물리아 빌라스 안에서 벌레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것일까.
막간을 이용해 꿀템을 소개하자면 바로 아쿠아 해먹이다. 우리의 8박 10일간의 일정을 함께하는 모든 숙소가 풀빌라인 만큼 우리는 물놀이를 위한 아이템이 필요했다. 튜브도 당연히 생각해야 했는데 우리는 휴양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니 물 위에서도 가장 편안하게 쉬어야만 했다. 그리고 검색 끝에 구입한 아쿠아 해먹은 정말이지 우리의 모든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것이었다. 햇빛 차단까지 되어서 발리의 강한 햇빛에도 문제 없는 최고의 꿀템이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사준 프라다 미니백을 언박싱하는 시간을 가졌다. 푸른 수영장의 색과 아내가 입은 원피스가 아주 잘 어울렸다.
아직 이 초대형 리조트에서 가본 곳이라고는 메인 로비와 우리 객실뿐임에도 너무나 벅찬 마음을 갖게 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무려 3개의 로비, 7개의 수영장과 빌라 존, 호텔 건물, 리조트 건물과 프라이빗 비치를 소유한 정말 초대형 리조트였다. 대체 리조트 안에 건물이 총 몇 채나 있을지 가늠도 안되는, 이 말도 안되게 넓은 부지 안에서 다음으로 어디를 가볼 수 있을지, 우리가 과연 4일동안 다 둘러볼 수는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우리는 먼저 조식을 먹으러 떠나야 했다. 나는 실내로 들어와 기쁜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버틀러 버튼을 누른 후 전화가 연결되자 나는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버기 플리즈!"
"여기 대체 얼마나 큰 거야?"
"물리아 안은 완전 다른 나라같아!!"
"가는 곳곳마다 너무 아름답다..."
"누나, 지금 너무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