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신혼여행기 6부.
짐바란 씨푸드에서 야무진 저녁을 먹고서 드디어 고대하면 물리아 빌라스에 당도한 우리 부부! 로비부터 압도적인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밤이라서 어두운 와중에도 객실의 모습을 보고서 감탄을 도저히 아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푸른 마당과 드넓은 개인 풀장, 개인 풀장을 바라보는 테라스와 썬베드까지. 내부에는 높은 층고와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데 나는 피곤함도 잊은 채 바로 물로 뛰어든다. 한바탕 밤 수영을 하고 나니 잊어왔던 피곤함이 몰려오고, 아침을 기대하며 잠에 든다. 이윽고 아침, 세상의 아침이 이곳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그저 말없이 썬베드에서 한참을 완상하다가 잠에서 깬 아내와 함께 일어난다. 이제부터 물리아를 만끽할 시간이다!
버기는 금방 우리의 객실 앞에 왔다. 버기를 타러 나가자 호텔의 현지 직원분은 우리에게 인도네시아인의 억양으로 안녕하세요, 미스터 킴! 라고 인사를 건넸다. 내 이름을 보고 한국인임을 안 것이겠지? 어쨌든 발리에 와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발리 사람들은 한국인들에게 대단히 친절했다. 친근감을 많이 비친다고 해야할까. 언제나 친절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기분이 좋다. 나 역시 그들에게 안녕하세요! 하면서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버기를 타고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빌라 로비쪽으로 갔는데,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엔 로비만 무려 세 개여서 어디든 이동할 때는 버기가 필요하다.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한 곳이어서 그런지 따로 결제가 필요없었다. 로비의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정말 넓고 고급스러운 공간이 나타났다.
여기서도 직원분들은 우리를 보고 한국사람인 것을 단번에 알았다. 마치 한국에서 한국사람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고 궁금했는데, 물리아에서 꽤 시간을 오래 보내다보니 알 것 같았다. 같은 동북아시아인이라도 어딘지 생김새가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많은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을 볼 수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것만 같았다. 아마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매일 보다보니 병아리 감별사마냥 그 특징이 보이는 것 같다.
메뉴판은 QR코드로 제공되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메뉴가 있어서 대체 뭘 먹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메뉴를 신중히 고르고 있는데 뜻밖의 이야기가 내 귀를 스쳤다. 메뉴판에 있는 모든 것을 시켜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식은 메뉴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조식 메뉴에 있는 것을 먹고싶은 만큼 시켜도 좋다는 것이었다.
역시 나는 아침부터 미고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고급 리조트의 미고렝 맛은 어떨지 몹시 기대가 됐다. 아내는 먼저 프렌치 토스트를 시켰는데 우리 테이블에 올라온 프렌치 토스트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아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식부터 이런 퀄리티라니 대체 이곳은 얼마나 사람을 더 놀라게 만들 생각인 걸까? 아내는 프렌치 토스트를 한 입 먹어보더니 더 신이 났다. 너무 맛있다며 금방 토스트를 비워낼 것 같았다. 이후 다른 것도 먹어보자며 블랙앵거스 스테이크를 시켜보았는데 역시 이것도 맛이 좋았다. 아내는 평소 정말 식사량이 적은데 아침부터 이렇게 잘 먹는 것은 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아내가 무언가를 먹으며 행복해하니 나또한 행복하다. 감정에 링크가 걸려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마음은 가볍지만 양은 가볍지 않았던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로비의 외부로 구경할 겸 발걸음을 옮겼다. 물리아에서는 어디든 탁트인 곳을 만나면 장관을 이루었다. 모든 건물이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분명치 않고 통창으로 되어 있거나 출입 문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서 건물들도 자연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물리아의 첫번째 로비가 있는 이곳은 가장 높은 지대였다. 멀리 해안 쪽으로 점차 지대가 낮아지기 때문에 이곳에서 탁트인 뷰를 볼 수가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해안까지가 모두 물리아 리조트 내부다. 정말 기가막힌 곳이다. 발리에 오기 전에 열심히 발리에 대해 검색해보고 알아보았는데, 발리의 별명이 신들의 섬이라고 했다. 발리에는 힌두교도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신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확실히 발리의 시내를 다니면서 과연 신들의 섬이다 라고 생각할 만큼 많은 신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물리아에 와서는 왠지 신들의 섬이라는 말이 더욱 피부로 와닿게 되는 것 같다. 여기는 마치 신들의 휴양지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의 다음 일정은 해변에 가는 것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물리아의 메인 풀장이 목적지였다. 물리아를 검색하면 단연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물리아의 메인 풀장이었다. 물리아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설레는 마음이었다.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오면서 상상해왔다. 물리아의 메인 풀장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말이다. 나와 아내는 서둘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한 번 버기를 불렀다.
한창 버기를 타고 물리아를 돌아보는 것은 그 자체로 컨텐츠였다. 정말이지 너무나 눈이 닿는 모든 곳이 아름다웠다. 이 넓은 부지를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고 완벽히 관리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으나 금방 해결되었다. 직원이 정말 엄청 많다. 담당 분야별로 직원들이 다른 색의 옷을 입고 있는데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아마 정원이나 조경 관리 담당인 것 같다. 이걸 인력으로 해내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한참 참버기를 타고 가며 감탄하던 중에 버기를 운전해주시던 직원분께서 물리아의 채플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정말 모두가 이렇게 친절하고 사려깊다니. 삶의 감사함이 모두 이곳에 모인 것만 같다.
물리아의 모든 곳이 아름답다는 말을 벌써 몇 번째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그저 버기만 타고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중에 버기를 타는 영상을 보면서 이번 여행의 테마곡인 폴블랑코의 summer를 들었는데 너무나 찰떡이다. 주제곡을 너무나 잘 고른 것 같다.
드디어 도착했다. 수 개월간 사진으로만 보던 곳에. 늘 상상속으로만 구현하던 공간에 실제로 오니 너무나 신기했다. 내가 여기에 아내와 함께 오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삶이 존재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모든 것은 지금을 위해 존재하고 모든 것은 아내를 위해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것은 아내와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삶을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되는 모든 부정적인 경험과 살면서 꼭 하지 않아도 되었을 그런 일들 모두가 지금을 위한 초석이었다면 그것마저도 소중하게 쓰다듬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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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웅장한 규모의 수영장이었다. 석상이 이렇게까지 클줄은 몰랐다. 심지어 아주 반질반질 매끈한 것이 대체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흠하나 없는 높은 상에서 물이 사르르 떨어지는데 이 물만 맞고 있어도 세상 시름을 다 잊어버리게 된다. 메인풀장과 연결된 굉장히 넓은 호텔 로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앉아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풀장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이 수영장이 유명한 만큼 사람들이 조금 붐비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공용풀장에 많이 오지 않았다. 이곳에 수영장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내 개인 풀장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실제로 나 역시 여행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물고기마냥 물속에 있었는데 90% 이상 개인 풀장에만 있었다.
해변의 경치도 단연 일품이다. 해변까지 저 석상이 쭉 늘어서 있는데 정말이지 멋진 풍경이었다. 특히 놀란 것은 백사장에 발자국이 거의 없이 매끄럽게 되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설마 이것마저도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건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로 있었다. 백사장의 모래를 매끄럽게 다듬으면서 투숙객이 오면 과일과 수건, 물을 가져다 주는 직원이 있는 것이었다. 정말 기가 막힌 곳이 아닐 수 없다. 나중에 알았는데 호텔로비에는 심지어 전기파리채를 들고 다니며 벌레 잡는 것을 담당하는 직원까지 있었다. 역시 기가 막힌 곳이다.
우리는 해변으로 나갔다. 정말 발리의 바다는 파도가 먼 곳에서 부서진다. 멀리서 부서진 파도가 이윽고 잔잔하게 해변에 와서 닿는다. 지친 파도마저 해변가에 잠시 몸을 뉘어 쉬는 것처럼 물리아의 프라이빗 비치는 잔잔한 쉼터였다. 아내는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하늘이 쏟아져 내린 것 같은 바다가 아내를 데리러 오는 것처럼 파도가 먼 곳에서부터 달려온다. 파도는 먼 곳에서 부서지지만 나는 아내의 뒤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하늘에 조응하는 바다와도 닮은 아내의 모습이 넓은 바다의 한 조각처럼 보인다. 이러다가 희고 푸른 아내의 빛이 물에 씻겨 내려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마조마한 생각마저 든다. 하얀 원피스를 두른 아내의 모습은 어딘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신들의 섬에 와있기 때문일까?
해변의 썬베드에서 우리는 수건을 덮고 누웠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시원한 바람에 온갖 초록들이 몸을 흔드는 소리가 귓가에서 교향악을 이룬다. 눈 앞에는 하늘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흩뿌려져 있고 마음을 흔드는 바람은 계속해서 내 주변을 맴돈다. 아내는 내 옆에서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함께 느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삶의 과정에서 어떤 순간으로 기억될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게되겠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모든 것이 충만했다. 우리는 정말이지 오랫동안 아무런 말없이 바다와 하늘의 소리를 즐기며 깨어있었다.
"음 이건 좀 실망인데..."
"물리아에도 아쉬운 점은 있을 수 있구나."
"Inhael~ exhale~"
"나 방금 완전 자연하고 교감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