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바람
어스름한 저녁에 누운 해
매미 눈치를 보던 여름 귀뚜라미가
무성히 자란 풀 사이에서
뚜르르 뚜르르 나지막히 운다.
변산 변두리 넓은 물가 저수지를
머리맡에 모시고 앉은
낡은 집 뜰에서
너의 목소리 듣는다.
가녀린 목소리 실은 바람이
귓가를 스쳐가는데
이 시골 바람이 내 목소리도
네게 실어다 줄 수 있을까.
맑은 저수지 훑으며 지나온
시원한 바람에
수줍은 귀뚜라미 소리 담아
너에게 보내주고 싶은 밤이다.
- 2024, 도서출판 책나라 <하늘 한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