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일 Oct 20. 2023

음악을 틀어주지 않는 카페



숙소는 강변에 있고 20분 정도 걸어 나오면 오래전부터 외국인들이 주로 머무는 호텔 근처에 도착한다. 아마존이라는 체인점 카페가 유명하고, 그 옆집에 뜻밖의 서양식과 베이커리를 파는 ‘두앙디’라는 식당이 있다. 시장 건물 뒤쪽과 연결되어 있어 시장 건물 뒤로 빠져나오면 지나쳐오게 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일요일 오전 11시 정도, 밖은 여전히 뜨겁고 나갔다가 헬스장에서 운동이나 하고 올 요량으로 나섰다.

한번 와 본 길은 찾기 쉬웠다. 일직선으로 뻗어 격자형 블록으로 만들어진 도시는 이정표가 될 만한 굵직한 건물들 덕분에 쉽게 도착했다. 간단히 빵만 하나 사서 운동을 하러 갈까 했는데, 헬스장을 가려면 숙소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모서리를 돌아 걸으면 나오는 편의점 쪽에서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빵집은 그 편의점에서 직선으로 한참을 걷다가 왼쪽으로 꺾는 곳에 있어서, 이미 숙소에서보다 훨씬 먼 거리가 되어서, 해가 떠 있는 이 시간에는 걸어가기 부담되는 만큼 와버렸다. 일단 빵은 먹고 싶으니 하나를 사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나가야 하나 어디를 가나 고민에 빠졌다. 두앙디 베이커리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한 곳은 메인공간으로 베이커리 진열대와 계산대가 있고 식탁 몇 개가 있는 곳과, 큰 창문과 문으로 연결된 부속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에는 8명까지 앉을 수 있는 식탁 배치와 벽에 동그란 식탁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두 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다.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다가 많이 걸어왔기도 하고 손님은 두 테이블정도뿐이라 옆에 있는 공간으로 와서 보이지 않는 곳에 앉았다. 일요일 낮에 한쪽에는 아기와 어머니가 있고, 계산대 외의 공간에는 두 사람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아무런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키보드 치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고, 멀리에서 옹알이하는 아기와 대답해 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고요하게 울린다.

카페가 아닌 한적한 공원에 앉아있는 것 같다. 에어컨 바람은 느껴지지 않고, 건물 안이라 햇빛이 들지 않아 적당히 서늘하고, 인위적인 차가운 바람이 없어 공기가 적당하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아니면 이곳의 낮이 뜨겁지 않았더라면, 자주오기 좋았을 텐데.

거리감보다 느껴지는 체감온도의 한계가 멀지 않은 거리를 더 멀게만 느끼게 만드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길 위의 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