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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일 Oct 22. 2023

역시나 똑같은 교훈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하노이 도착 첫 째 날, 호안끼엠 호수 근처를 거닐며 마주친 러너들을 떠올리며 닌빈에 다녀온 저녁에 피곤해도 뛰러 나가야지 하며 닌빈행 단체 리무진 버스에 올라탔다. 출발할 때부터 구름이 가득 차 있던 하늘에서 점심 먹을 즈음 한 바탕 비가 오더니, 여행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서자 거센 비가 한참 쏟아진다. 소나기 같은 비가 꽤 길어지자 길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이 호텔 앞 현관에서 비를 피해 한참을 서성이며 비가 잦아들길 기다렸다.

오늘 밤은 약속의 밤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날씨는 저녁이 되자 보란 듯이 비가 거세게 오는 것인가.

달리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어제 달려야 했음을 세찬비를 보며 또 깨닫는다.

한편으로는 비가 와서 못 뛴다는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굴뚝같은 마음 한편에는, 무릎보호대 없이 어떻게 내가 달릴 수나 있겠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고질적으로 찌릿거리는 오른쪽 무릎 통증은 무릎 보호대를 하면서 느끼지 못한 것 같아서, 없이 뛰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호텔이 내린 시간도 이미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어느 정도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어도 불빛이 환하고 사람이 북적거려서 길거리를 오가는데 위험하지 않을지를 모르니 망설여졌다.

비는 더 세차게 내렸다. 그칠 낌새가 보이면 어떻게 해볼까 싶었지만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또 갑자기 쏟아지기도 하는 우기에 내리는 비를 예측할 수는 없으니 난감하다. 아침 여덟 시 조금 넘어 버스를 타고 두 시간 여. ‘후아 루’ 고대 도시를 봤고, 중간에 자전거도 타고, 자전거로 건너야 하는 물 웅덩이 가득 한 길에서 제발 예전처럼 곤두박질치지 않기를 빌며 신발은 다 젖었지만 무사히 건너기도 했다.

 한 시간 반 넘게 노 젓는 배에 타서 쭈그리고 앉아 경치도 구경했고, 500여 개의 계단을 올랐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허겁지겁 내려오기도 했다.

오늘 하루 이미 충분한 걷기 운동을 했으니 건너뛰고 내일 뛰러 나가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아쉬움 반, 안도감 반. 달리고 나서 저녁을 먹을 참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저녁식사나 하러 가야지 하며 나선다.

어제 여기저기를 거닐어보다가 근처에 쌀국수집이 있는 걸 봤다. 작은 가게에 외국인만 있는 곳. 편의접에 가서 컵라면 먹기는 싫고, 비는 계속 오는데 편의점은 쌀국수집보다 더 가야 했다.

쌀국수 당첨. 처음 본 손님과 대충 합석해서 한 그릇 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비가 그쳤다.

에잇. 조금만 더 빨리 그치지. 왜 이제야 그친 거야.

어쩔 수 없다. 벌써 여덟 시 정도 넘은 시간이라 소화시키려면 너무 늦어진다.

달리기 모임방에는 오늘 달렸다는 이들의 기록이 속속들이 올라온다. 아쉬운 대로, 내일은 꼭 달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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