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연주할 때 특히 부는 악기를 연주할 때 호흡은 그 음악에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된다. 호흡을 너무 짧게 하면 그 곡에 감성과 흐름을 제대로 살려낼 수가 없다. 호흡을 좀 길게 하고 적절히 조절하면서 연주할 때 그 곡이 갖고 있는 맛을 살려낼 수가 있는 것이다.
깊은 호흡을 갖고 싶고 적절하게 배분해서 곡에 알맞은 감성을 연주하고 싶은 것은 연주자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호흡을 늘릴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음악이 점점 좋아지고 그 음악을 표현하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듣기만 하고 느끼기만 해서는 곡을 제대로 연주할 수가 없다. 음악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리듬과 그 곡에 붙어 있는 멋진 가사를 음미하며 그저 노래를 들으며 참 좋다고 생각할 때는 마음이 편안했었다.
손에 꼭 잡을 수 있는 악기인 오카리나를 연주하면서 나는 한없이 숨이 차서 그 곡을 제대로 맛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중간 경계에 도달했다. 이렇게 어려울 거면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는 후회도 들었다. 숨을 깊게 쉬고 숨이 배의 근육에 닿으면 적절히 숨을 배분해서 내쉬면서 곡의 감정까지 생각하면서 연주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특히 샵이나 플랫이 많이 붙은 곡은 정말 내가 무엇을 연주하는 것인지 느끼기도 어려웠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호흡과는 무관하게 함께 오카리나 모임에 모여 하루에 한 곡을 불고 즐기는 사람들과의 친교만이 깊어지던 날 나는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행운이 있어서 스승님께 오카리나를 조금 더 깊게 배울 수 있는 수업 시간이 생겨서 나는 발전하고 싶은 심정으로 그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에야 비로소 느꼈다. 그동안 내가 즐겼던 것은 즐거웠던 그 시간뿐이었다는 것을.
나는 오카리나를 손에 잡은 그 순간부터 이 작은 악기와 사랑에 빠진 것은 틀림없는데 어떤 곡이라도 이 작은 악기에 마음을 실어서 연주하는 것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었다. 숨을 쉬고 숨을 참고 살살 뱉어 보면서 나는 비로소 내가 알고 있는 음악이 그 음악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표현하려는 음악은 그저 나의 감정일 뿐이고 연주는 그 곡의 느낌대로 그 곡에 맞춰서 정확하게 해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온몸의 힘을 빼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곡에 빠져야만 힘이 조금이라도 빠지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오카리나를 배우기 시작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이제야 처음 악기를 손에 든 가슴 떨리는 느낌이 비로소 들었다. 원곡자의 노래를 한없이 듣고 여러번 듣고 그 느낌을 마음에 새겨보고 호흡에 담아보고 악기를 만져보면서 곡 하나를 제대로 연주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렵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나는 빠르다든지 급하다는 지적을 그동안 많이 받아왔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자세와 호흡을 교정하면서 알게 되었다. 길을 걸을 때도 빨리 걸을 수도 있고 조금 늦게 걸을 수도 있지만 결국 가려고 하는 종착지에 도착할 때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소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 연주도 비슷하다.
누구는 조금 빨리 익히고 누구는 조금 느리게 익히지만, 끝까지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공부하고 익히는 사람은 그 종착지에 분명히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꾸준히 오래 했기 때문에 내가 어지간한 소리와 음은 잘 낸다고 착각해 왔다. 스승님께 다시 배우면서 그동안 내가 해왔던 자세와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잘못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나는 숨을, 호흡을 잘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의 생명도 숨에서 비롯되듯 오카리나는 호흡으로 이루어지는 악기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호흡을 참으면서 나는 매일 조금씩 음을 내는 연습을 이제야 하고 있다.
끝까지 이 악기를 놓지 않고 숨을 쉬는 순간마다 호흡을 생각하면서 음악에 깃들여 있는 곡의 정서대로 연주해 보고 싶은 그런 꿈이 비로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