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잊어도 함께한 배움은 잊지 말거라
2022년의 차디 찬 1월,
이제 어엿한 여덟 살이 된 바다반과, 작고 아픈 교사의 유치원 생활 마침표를 찍는 날.
나는 아이들의 졸업 가운과 모자를 하나하나 매만져주며 마지막 온기를 주고받았다.
그저 나의 제자들이 유치원이라는 세상 밖에 나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살아내기를, 내가 아끼는 만큼 새로운 세상에서도 사랑받고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생각하며.
오직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고 학기 중 병든 몸과 마음을 이끌고 졸업까지 겨우 버텨내었다
그저 "버텼다"는 말 이외엔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어쩌면 내 이기적인 욕심이기도 했다.
나는 바다반과의 남은 시간을 놓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부드럽지만 때로는 강했던 나의 가르침을 기분 좋게 흡수해주었고, 그러면서도 교사이자 성인인 나에게 매일 울림을 주어 생각할 기회를 선물해주었다.
내 생애, 교직 생활 중에 이렇게 퍼즐 조각처럼 맞아떨어지는 학급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었다. 이런 아이들을 놓기 싫은 마음은 교사라면 당연한 것이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당장 병가를 쓸 것을 추천하시던 주치의의 조언을 미루고, 나는 무리인걸 알면서도 바다반과의 졸업을 선택했다. 바다반의 졸업은 교사로서의 내 졸업이기도 했으니까.
졸업식이 다가오는 그날까지 눈물을 꾹 참으며 매 장면을 간직하고 싶어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아이들과 졸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유치원 생활을 멋지게 해낸 너희들과 선생님의 용기를 축하하고, 앞으로 초등학생이 될 너희와 무엇이 될지 모를 선생님의 시간을 응원하는 자리라고 소개해주었고, 바다반과 선생님이 주인공인 파티, 그리고 졸업식이 끝나고 초등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도 너희들 삶의 주인공은 '너희 자신'이라는 것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사랑하는 장난꾸러기들도 그 순간만큼은 두 눈을 반짝이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졸업식 당일, 아이들에게 마지막 모습인 만큼 아파 보이고 싶지 않아 화사하게 단장을 하고 아침 일찍 유치원으로 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아이들에게 낭독할 편지를 적었다.
나의 제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가르침이 될 편지인 만큼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진심을 담아 적었고, 윗분들에 의해 수정당하고 싶지 않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대망의 편지 낭독 시간이 다가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바다반 한 명 한 명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전했다.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동자에서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이 느껴져 기특하면서도 마음이 저릿했다. 이제는 정말 보내줄 수 있겠구나. 잘 자랐구나. 기특한 내 사랑들.
"너희들은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을 잊겠지만, 바다반에서 배웠던 것들은 너희 몸과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거라고 믿어. 그리고 잊지 말도록 하렴 너희 인생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너희들'이란다.
사랑해 하늘만큼 우주만큼 바다만큼."
눈물이 차올랐지만 꾹 누르고 또 눌러 참아내었다.
눈에 고인 눈물은 어쩔 수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프지 않은 선생님이고 싶었다.
바다반은 파티에 온 것처럼 졸업식에 즐겁게 참여해주었고, 씩씩하게 레드카펫 위를 걸었다.
한 명 한 명과 진한 마음을 담은 포옹을 하고, 내 자식들을 이제 세상에 내보낸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인사를 하고 아이들을 보냈다. 이제 아이들은 유치원을 졸업했고, 나도 유치원 교사를 졸업했다.
모두 귀가하고 텅 빈 졸업식장을 보니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고 한참 동안 서서 망부석처럼 울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
"너희와 나, 우리의 바다는 정말 행복했었단다"
"너희는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선생님을 잊겠지만, 바다반에서 함께한 추억과 배움은 영원히 몸과 마음에 남아 너희에게 살아갈 힘이 되었으면 해"
안녕 나의 사랑들,
안녕 나의 교직생활,
우리 모두 정말 기특하다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너희와 선생님의 푸르른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