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를 만나면 웃을 힘이 생겨
8시 50분, 그 시간부터는 아이들이 올 시간이다.
그럼 나는 아무리 늦어도 10분은 미리 교실에 가서
다 울어두고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일찍 출근해서 울어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안 울 수는 없다.
유치원에 들어옴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와 우울함이 묵진 하게 날 짓눌렀기 때문이다.
8시 50분부터 하나 둘 바다반에 모이기 시작하고,
9시가 되면 우르르 등원을 한다.
쿵 쾅 쿵 쾅 계단 오르는 소리.
2학기쯤 되면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내 우울증 진단은 11월 즈음이어서 바다반과 이미 사랑에 흠뻑 빠진 이후였다.
우려와는 다르게, 우울증에 걸렸다고 그 마음이 갑자기 식어버리는 건 아니었다. 정말 다행히도.
쿵 쾅 쿵 쾅 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교실 문 앞에서 크게 "**이니? 어서 와~" 말을 걸고, **이는 계단을 올라오면서 "저 왔어요!" 외쳐주었다.
아이가 교실로 들어오면 내 마음은 이미 설레어서 웃는 얼굴로 변해있었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대화를 나눈다. "오늘 아침은 뭐 먹었어?" "선생님은 주말에 뭐 했어요?"
이제 그냥 친구 같았다. 그래서 난 7살이 참 좋았다.
이상하게 교실에 아이들이 오면 '우울'이라는 감정은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지만 어딘가로 쏙 숨어 들어갔다.
비록 신체화 증상과, 불안, 강박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우울이 잠시 숨었다는 것만으로도 고통의 차원이 달랐다.
정말 신기했다. 사실 부끄럽지만 난 매년 아이들을 사랑하는 정도가 달랐는데(교사도 사람이라 이건 어쩔 수 없다) 아마 가장 마음을 다 주었던 반이어서 이런 신기한 일이 생기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태의 우울증을 가지고도 졸업까지 무사히 바다반 교사로 버텨낼 수 있었다.
바다반을 만나면 웃을 힘이
기적처럼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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