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우울증이라 다행이야

환자의 눈에는 같은 아픔을 가진 이가 보인다.

by 해봄

내가 우울증 환자인지도 모르고

그저 미련하게 버티던 시절,

하지만 분명 작지 않은 우울을 가지고 있었을 시절,


어느 날부터 한 아이가 유독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어느 날부터 눈에 띄게 의기소침하고,

원래도 주변의 눈치를 유독 보던 친구였지만

친구들의 눈치를 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예쁜 눈에 눈물이 고이며, 분명 눈물이 고였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참는 모습을 여러 번 나에게 들키고 말았다.


눈물 고인 눈으로 애써 참아내는 아이의 얼굴에서 내가 보였다.

너도 지금 많이 힘들구나,
이 선생님도 살아내기가 힘들고 버거워
매일 눈물을 참는데,
일곱 살인 너까지 힘들어 눈물을 참는 거니?

고작 7살인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마음이 아프다 못해 저려왔다.

손 끝까지, 발 끝까지, 머리카락 끝까지 저려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 아이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나는 결국 그 아이를 불렀다.

아이 가까이에 살며시 다가가서

"아들~ 선생님이랑 비밀 얘기할래?"라고 물으니

눈물 머금은 눈으로 끄덕이며 따라왔다.


아이와 나는 시끄러운 소리들이 웅성대는, 각자의 놀이에 흠뻑 빠져있는, 이 정신없는 교실에서

둘만의 대화를 속삭였다.

"아들아~ 너도 요즘 눈물 나는 일이 있니?
선생님은 요즘 너희들이 집에 가고 나면 교무실에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어질 때가 있어. 이건 절대 비밀이야. 엄마한테도!"

"...... 저도요. 아까도 저는 팽이 놀이하고 싶은데 친구들이 이순신 놀이만 계속한다고 해서 눈물이 날 뻔했는데 꾹 참았어요. 엄마가 형아는 울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그랬구나. 그럼 선생님은 너희들이 가고 나서 눈물이 날 때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우리 아들이 알려줄 방법이 있어?

"음.... 선생님은 어른이니까. 도망칠 수 있잖아요?
도망쳐서 엉엉 울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그래 선생님은 어른이니까, 도망쳐서 혼자 있을 때 울어버릴 수도 있지. 오늘은 그렇게 해봐야겠다. 도와줘서 고마워. 비밀 꼭 지켜주고!!

"당연하죠. 대신 선생님도 우리 엄마한테 말하면 안 돼요!"

"꼭 약속할게"


이렇게 아이와 비밀 대화를 마쳤다.

아이는 선생님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는 기쁨에 아까보다 훨씬 생기를 되찾은 듯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 아들, 집과 유치원에서 몰래 울고 있었구나.'


아이들을 하원 시킨 후에는, 그 아이의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사실 내 눈에 어머님은 평소에도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무기력하셨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담임교사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아이가 이전보다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여 걱정되어 전화드려요.
혹시 가정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관찰된 적이 있을까요?"

....... 정적이 흐른 후 어머니가 말씀을 꺼내셨다.

"선생님 사실은, 제가 **이 동생을 낳은 후로 아들 둘을 양육하기가 힘들어요. 유치원에서는 안 그런 것 같지만 집에서는 정말 말을 안들어서 지치기도 하고..."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난 눈물을 흘렸다.
나는 어머니께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면서도,
사실은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 아들 둘 키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옛 어른들은 당연히 다 그렇다고 하시겠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전 어머니가 힘들게 느끼신다면 힘든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앞에서 힘듦 숨기는 거 그리고 눈물 숨기는 거 어렵고 답답하시죠?
지금 힘든것 마음껏 다 말하고 털어내세요!"

어머니께서는 "힘든게 당연하다"라고 말해준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이라며 감사 표현을 해주셨다.

그날 이후로 하원 때 만날 때마다

어머니와 난 훨씬 부드러운 눈빛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이제 '마음껏 울어야지'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조언대로 눈물이 날 것 같으면

교무실에서 나와 무작정 빈 교실을 찾아들어가 펑펑 쏟아내고 나왔다.


마음의 아픔을 가진 사람은

애써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다.


그 아이와 그 어머니가 우리 반 아이와 학부모여서,

하필 담임교사가 심각한 우울증이어서,

항상 죄의식을 가득 안고 유치원에 출근했지만

그날만큼은 진심으로,

선생님이 우울증이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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