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도움받아도 괜찮다
이번 주는 참 자주 많이 아팠다.
저혈압 쇼크, 갑자기 심해진 공황, 급체와 섭식장애
정확히 하루 걸러 하루 아팠다.
아플수록 힘들었다가, 억울했다가, 서러웠다.
(비교적) 잘 지내다 올해 들어 가장 심하게 아프다.
안 아플 수는 없지만 덜 아프게 살고 싶어서 애를
쓰지만, 또 느꼈다. 아픔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더워서 그런 건지,
요즘 너무 무리를 한 건지,
사회적으로 신경 쓰이는 일들이 많았던 건지,
그래서 내가 왜 갑자기 심하게 아파진 건지,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안다.
아픈 이유를 찾기보다 어서 회복할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는 걸! 어차피 이유는 하나가 아닐 테니까.
사고를 겪은 뒤 가장 힘든 것은
‘정신질환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것도,
고용량의 약물 복용으로 뇌가 느려지는 것도,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위해 큰 마음을 먹고
큰 힘을 들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서러웠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번 주는 아픔에 완전히 져버리는 바람에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이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다.
하지만 못 본 척 꾹 눌러버린다.
그냥 서럽기만 하자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억울하고 화가 나면 남 탓을 하게 되니까,
상황 탓을 하게 되니까, 그리고 내 탓을 하게 되니까.
탓하는 건 더 아파지는 지름길이니까.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일.
탓하는 데 힘을 쏟기엔 내 작고 소중한 힘이 아깝다.
이 와중에 아름다운 것을 찾아야지
나는 ‘아름다움’을 참 좋아하니까!
홀로 버티기 어려울 만큼 아팠던 덕분에 주변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현생의 나는 오만하고 까칠하고 예민하지만
전생에 무슨 덕을 쌓은 것인지
주변에 좋은 사람이 가득했다. 더 이상의 내 사람이
필요치 않을 만큼! 아름다운 사람들.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해내야 하고
남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스스로 방법을 찾고
도움을 요청할 시간에 그냥 내가 다 해내곤 했던
야무지고 강한 나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아쉽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이다.
아름다운 주변 사람들을 찾았으니!
이제는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은 기대도 된다는 걸.
여전히 사람을 믿기 어려워 의존이 영 어색하지만
못 미더우면 어때, 난 지금 아프고 밑져야 본전인 걸!
이번주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살리고 일으켰다.
나를 아프게 한 것도 살리는 것도 모두 사람이라니.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고도 아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