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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Aug 20. 2023

아름답고도 아프구나

때로는 도움받아도 괜찮다

이번 주는 참 자주 많이 아팠다.

저혈압 쇼크, 갑자기 심해진 공황, 급체와 섭식장애

정확히 하루 걸러 하루 아팠다.

아플수록 힘들었다가, 억울했다가, 서러웠다.


(비교적) 잘 지내다 올해 들어 가장 심하게 아프다.

안 아플 수는 없지만 덜 아프게 살고 싶어서 애를

쓰지만, 또 느꼈다. 아픔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더워서 그런 건지,

요즘 너무 무리를 한 건지,

사회적으로 신경 쓰이는 일들이 많았던 건지,

그래서 내가 왜 갑자기 심하게 아파진 건지,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안다.

아픈 이유를 찾기보다 어서 회복할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하다는 걸! 어차피 이유는 하나가 아닐 테니까.





사고를 겪은 뒤 가장 힘든 것은

‘정신질환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것도,

고용량의 약물 복용으로 뇌가 느려지는 것도,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위해 큰 마음을 먹고
큰 힘을 들여야 한다는 것

그래서 서러웠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번 주는 아픔에 완전히 져버리는 바람에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없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억울하고 화나는

마음이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다.

하지만 못 본 척 꾹 눌러버린다.

그냥 서럽기만 하자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억울하고 화가 나면 남 탓을 하게 되니까,

상황 탓을 하게 되니까, 그리고 내 탓을 하게 되니까.

탓하는 건 더 아파지는 지름길이니까.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일.

탓하는 데 힘을 쏟기엔 내 작고 소중한 힘이 아깝다.





이 와중에 아름다운 것을 찾아야지

나는 ‘아름다움’을 참 좋아하니까!

홀로 버티기 어려울 만큼 아팠던 덕분에 주변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현생의 나는 오만하고 까칠하고 예민하지만

전생에 무슨 덕을 쌓은 것인지

주변에 좋은 사람이 가득했다. 더 이상의 내 사람이

필요치 않을 만큼! 아름다운 사람들.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해내야 하고

남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스스로 방법을 찾고

도움을 요청할 시간에 그냥 내가 다 해내곤 했던

야무지고 강한 나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아쉽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이다.

아름다운 주변 사람들을 찾았으니!

이제는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은 기대도 된다는 걸.

여전히 사람을 믿기 어려워 의존이 영 어색하지만


못 미더우면 어때, 난 지금 아프고 밑져야 본전인 걸!

이번주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살리고 일으켰다.

나를 아프게 한 것도 살리는 것도 모두 사람이라니.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고도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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