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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봄 Nov 06. 2023

저는 대단하지 않아요

무거운 요즘

저번주인가,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조금씩 나도 모르게 생기를 잃어 갔다.

반쯤 멈춘 듯한 뇌, 겨우 움직이는 몸,

조여 오는 숨,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우울증의 하강곡선이 찾아왔다.




내 삶은 그렇다.

항상 하고 싶은 게 많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

새로운 제안이라면 반짝 흥미로워해봐야 하는 사람

약 때문인지, 하도 세상에 데여 무뎌진 탓인지

겁이라고는 없는 대담한 사람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고 다녔다.

다만, 말하는 자리가 집회고 무대였을 뿐!





참여하는 사람을 이리저리 찾아야 하는 집회,

그중 아무리 찾아도 없는 발언자.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나.

이젠 그 큰 무대 위에 올라도 떨리지조차 않는다.


발언을 마치면 분에 넘치는 감사 인사를 받았다.

공감되고, 눈물이 났다며 소감을 전해주기도 하고

어떻게 그 큰 무대에서 발언을 하는지 놀라워했다.


그렇게 나는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양 착각하게 되었다.

주제도 모르고 착각하던 나는 결국 지치고 말았다.

지친 나에게 다가온건 무기력과 컨디션 난조

잊고 있었는데 나는 여전히 환자였다.

대단하다는 인정 속에 내가 환자임을 잊었다.

나는 대단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지낼 생각이다.

대신 ‘대단한 사람’이라는 격려의 말을 듣고

정말 대단한 무언가가 된 양 착각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대단하지 않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뿐이다.

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을 표출할 뿐이다.

대단함에 스스로 취하면 찾아오는 건

뭐라도 된 양 우쭐대지 말라는 몸의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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