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가 느끼는 '초등학교'의 무게

설레지만 두렵고 걱정되는 곳, 그리고 학제개편

by 해봄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 우리 반 아이들 사이에서 괴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바로 '초등학교'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들,

초등학교에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진학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진행했지만

괴소문 앞에서는 다 부질없었다.



이 무시무시한(?) 소문의 근원지는 대부분 손 위 형제가 있어, 초등학교의 생활에 대해 자주 들어온 아이들,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가서도 충분히 적응할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설렘을 가진 친구들을 제외하면, 학교 가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했다.



수업이 끝나면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학부모님의 전화들, 전화상담의 대부분이 초등 진학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 또는 초등 진학을 두려워하는 아이 지도에 대한 조언 요청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당당하고 씩씩하게 초등학교에 진학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등학교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 그림책,

초등학교 교과서 탐색하기

초등학교처럼 책상 배열 바꿔 앉아보기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같은 점과 다른 점 알아보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활동들...



그리고 무엇보다 초등학교에 가더라도,

언제든 '손을 들고 말씀드리면 해봄 선생님이랑 똑같이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바로 도움을 주신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이들의 표정도 한결 편해진 것 같았지만, 초등학교에 대한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 아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의 초등학교에 대한 두려움 주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학교 가서 친구를 못 사귀면 어떡하지?
둘째, 초등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걱정된다.


첫 번째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어른들도 새로운 환경에 진입할 때 "내가 그곳에서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고민하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바다반에 처음 왔을 때는 친한 친구가 없었지만 지금은 너희들이 스스로 친한 친구를 만들었지 않니? 너희는 충분히 친구를 사귈 수 있단다.

초등학교에 오는 다른 어린이들도 너희와 똑같은 걱정을 가지고 있을 테니, 너희가 먼저 친절하게 다가가면 거절하지 않을 거야."

라고 태연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대한민국 어린이들만 가지는 걱정이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사로서, 성인으로서 해줄 말이 없었다.

그저 "초등학교에서는 가자마자 갑자기 너희가 하나도 모르는 어려운 것을 공부하지 않는단다. 우리가 같이 교과서 본 것처럼 너희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야."라는 답변밖에 해줄 수 없었다.


내 답변들은 아이들의 걱정을 해소해 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책상과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에 큰 부담과 거부감을 갖고 있었고,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40분이라는 시간 동안 책상과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아이들에겐 엄청난 부담인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가면 이렇게 지내는 게 사실이기에, 너희는 이제 어엿한 여덟 살이니 싫더라도 초등학교에 가서 적응해야 한다' 마음먹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갓 만 6세가 된 유치원 아이들도 이렇게 초등 입학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가득 안고 초등학교에 진학한다.


만 6세로 자랐고, 유치원에서 3년간 충분한 사회적 기술과 자기 주도 역량을 키워나갔음에도 이렇게 아이들은 초등학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만 5세 초등학교 조기진학이라니,

이것이 K-학제개편이라니,

이것이 저출생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납득할 수 없다.

이 정책에는 그 어떤 정당성도 타당성도 없다.


만 5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담임교사로서

"대체 우리 아이들에게 왜 그러세요?"라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만 5세 과정을 모두 거치고 만 6세가 된 아이들도 이렇게 초등학교 진학을 힘들어하는데,


하물며 만 5세 초반에 초등학교를 진학한다는 건,

자신에게 앞으로 어떤 미래가 발생하는지도 모른 채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들 발달 수준에 맞지 않게 일곱 살 아이들을 책상과 의자에 40분간 앉혀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교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이번 학제개편안이 실제로 실시된다면,

유치원, 초등학교 교사는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하여 아이들을 교육하기 어렵고,


만 5세 아이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며,

적기교육을 받아야 할 아이들의 발달권, 7세 아이들의 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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