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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Jun 16. 2024

즐겁고도 우울한 날

서대문 안산자락길에 기존보다 더 긴 맨발로 걷는 황톳길을 이틀 전에 개장했다는 언론보도를 듣고 

공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3호선을 환승하여 독립문역에 내렸다.


사전에 함께 가자고 약속했던 영등포의 사업가 김사장을 5번 출구에서 만나 독립공원을 거쳐 시원하고

 그늘진 나무들 사이를 거쳐 이진아 기념도서관과 군부대 옆을 지나니 아주 이용하기 편리한 적당한 장소에 맨발로 걷는 황톳길을 조성해 놓았다.

개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황토흙도 감촉이 좋아한 시간 동안 맨발로 황톳길을 걷고 나서 나뭇잎이 울창한 그늘진 정소에 돗자리를 깔고 들어 누우니 감미롭고 시원한 바람에 순간적으로 잠이 들어버렸다.


똑같은 서울인데도 이렇게 도심에 속한 숲 속에 들어오면 공기도 맑고 기분도 상쾌해 저절로 기분도 좋아지고

힐링이 된다.

소형 배낭에 준비해 온 삶은 감자와 계란을 김사장과 함께 나눠 먹고 아이스커피 한잔을 타 마시니 이곳이

천국이고 휴가 나온 기분이다.  이렇게 시원하고 상쾌한 안산 자락길에 오니 집에 가기도 싫고 이곳에서

며칠간 푹 쉬고만 싶다.


황톳길을 걷기 위해 나는 자주 오는데 김사장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한다.

김사장도 다음부터는 나를 따라 자주 이곳에 와야겠다고 좋은 곳을 추천해 줘서 고맙다고 한다.

햇살이 조금 누그러질 오후 5시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뉘엿뉘엿 영천시장으로 걸어오다가 돈 많은 김사장이

저녁이나 먹자고 해 재래시장도 한 바퀴 구경하면서 음식점에 들어가 설렁탕에 국민주인 막걸리 한 병으로

목을 축이면서 저녁을 해결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배낭을 풀고 주변정리를 끝내는데 목포에 있는 여동생한테 핸드폰이 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내 예감대로 94세인 아버지가 요양병원에서 힘이 없고 오래 못 사실 것 같으니 빨리 한번

내려와서 아버지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뵈라  는 막내 여동생의 전화였다.

아버지는 어머님이 생존해 계실 때까지는 그래도 어머님의 말씀을  어느 정도 들으셨는데, 15년 전 어머님이

교통사고로 입원해 계시다가 10년 전에 별세하니 아버지 마음대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수십 마지기의 논과 밭, 선산과 임야를 남동생 응삼이와 손자인 응삼이 아들 찬혁이에게 증여해 주고 팔아 현금으로 줘버려 

백 년 이상 이어온 가산을 3대째인 아버지와 남동생 부부가 전재산을 하루아침에 없애 버렸다.


남동생 부부는 아들을 낳았다고 기세등등하며 아버지를 등 뒤에 두고 한 편이 되어 큰아들인 내가 아들을

낳지 못하고 딸만 낳았다고 천박과 차별을 하고, 심지어는 "낫으로 목을 베어 버린다" "내 재산 내가 알아서

내 마음대로 하는데,  아들 못 낳은 칠거지악 같은 네가 뭣인데 재산을 안 준다고 서운해하냐" 먄서 큰아들인

나와 아내를 너무 미워하고 차별하고 재산도 안 주고, 오히려 남동생 부부가 나를 소설 같은 글을 작성해

서울 남부검찰청과 언론사, 내 직장 감사살에 허위투서하고 괴롭혀 검찰청과 경찰서에서 수치스러운 조서를

하루 꼬박 받으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직도 아버지 때문에 치욕스러운 고통을 수없이 당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연노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여동생에게 들으니 즐거웠던 날도 우울해지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고, 슬프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지간은 천륜이라고 하는 걸까!

작고하신 어머님은 한없이 애처롭고 불쌍해 마음이 아프지만, 독불장군처럼 어느 자식들 이야기도 듣지 않고

고집이 센 아버지 때문에 선산이  소재한 임야도 남동생 부부가 팔아버려도 아들 하나 낳았다고 그렇게도

무시하고 차별하셨던 아버지이지만 그래도 좋지 않은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울컥하고 침울해진다.


다른 집 아버지들처럼 내 아버지도 고집불통이 아닌 자식들과 사전에 대화도 나누고, 자식들에게 재산도

어느 정도 골고루 분배해 주었으면 이런 사달도 없었을 것이고, 수백 년 동안 이어온 논과 밭, 임야도

없어지지 않고 존재할 것인데,  이렇게 고집이 센 아버지가 고령이 되어 기력도 없고 정신이 희미해졌으니

아버지를 바라보는 장남으로써 슬픔과 미움과 애잔함과 눈물, 만감이 교차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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