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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봉 Jul 05. 2024

내게도 누나와 형이 있었다면ㆍㆍㆍ

 누나와 형이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

우리 집은 4남 3녀. 7남매이다

내 위로는  두 살 많은 누나가 계셨고 내가 장남이니

서열상 두 번째다


버스도 트럭도 들어오지 않고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은

서너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한반도의 끝 자락 정 남쪽의 시골 깡촌이

내 고향이다


초등학교도 너무 멀어 공동묘지 산 고개를 넘어

혼자 4킬로 거리의 숲 속 길을 혼자서 다니다 보면

무서워서 울면서 학교를 다녔던 내 고향


까마득한 그 옛날 1960년대에

국민학교에 입학해 1학년 어떤 날

앞가슴에는 손수건을 달고 다니며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니면서

먼지 자욱한 비포장도로를 무작정 걷다가

우리 동네 우리 집에 가는 길을 몰라

무작정 신작로를 따라가면

우리 집이 나올 줄 알고 걸었다



그러나 두 살 더 많은 국민학교3학년이던

누나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고

집을 못 찾아가는 내 뒤를

계속해서 헐레벌떡 달려왔다


집에 가는 시골길을 몰라

오던 길로 다시 돌아 누나를 따라서

고향집을 찾아왔었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지금도 아찔하다

어린 시절 누나가 챙겨주지 않았다면

길을 잃고 어느 고아원으로 맡겨져

해외 입양 되었겠지


이 세상에. 내 누나는 단 한 명뿐이었고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했는데

그놈의 돈이 무엇이고

그놈의 가난이 무엇인지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고향집에서 논. 밭일 도와주고

바느질과 양장 배우다가

농사짓는 매형을 중매로 만나

결혼해서  가정을 이뤘지


행복했던 시간은 잠시 뿐이고

40대 후반에 불치병인 암과 싸우다가

고생만 하다 50대 초반에

다시 오지 못할 길을 떠나버렸다


그래도 누나가 생존해 계실 때에는

고향에 내려가면 꼭 누나집에 들러

누나도 보고

누나랑  함께 따뜻한 밥 한 그릇씩 먹었는데

누나 떠나니 밥 한 그릇이 더 그리워진다


누나도 떠나고

남동생 두 명마저 교통사고로 떠나고

이제는 4남매 살아있지만

다들 욕심부리고 개성들이 강하니

같은 남매라도 마음이 서로 맞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먼저 간 누나와  

먼저 떠난 남동생 두 명이 더욱

그리워진다


은퇴 후 시간 많고 외로울 때에는

더욱더

누나와 먼저 가버린

남동생 둘 생각이 난다


누나와 형이. 있었다면

내 인생도 즐거웠을 것이고

많이 의지할 곳도 생겼을 것이고

고생도 덜 했을 것이다

ㆍ고인이 된 누나 사진ㆍ


중학시절

검정교복 청색하복과 교복바지를

손세탁해 빨랫줄에 말려

숯불 다리미료 교복을 달아주며

장남에 장손이니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해야 된다고

신신 당부했던

착하디 착한 우리 누나

보고 싶다 그립다

한 명뿐이었던 내 누나

덕순이 누나가

세월 가고  나이 들어가니 더 많이 보고 싶다


친구들처럼

형과 누나가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

명절 때나

여름휴가 때

부모 형제자매들 모여

오손 도손 이야기 나누며

정담이 오고 가는 형과 누나가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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