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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큰 실수

과유불급

by 자봉

아버지는 종손에 장남이시다

7남매 중 장남이고 맏이로

집안의 기둥이셨다


학교는 다니시지 않았지만

한학으로 대학 맹자 사서삼경 등

공부를 많이 하셔 한학과 한문에

조예가 깊고 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한문과 한학에 도통하시니

어찌하여 아버지와 마주 않게 되면

아버지는 삼국지 조조부터 시작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박학다식한 유교사상과 학문들을

몇 시간 동안이라도 말씀하셔

때로는 지겨울 때가 많다


증조부님과 할아버지가 한학을 많이

하시고 신세대 교육을 받지 않고

거부하여 지금 현실과 맞지 않아

곤욕을 치른 적이 수없이 많다


아니! 아직도 그렇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와 마음도

호흡도 맞지 않다

아버지는 지금 94세다


유교이념과 배타적인 생각이

바뀌지 않아 현대문물에

적응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너무 답답할 때가 많다


나도 아버지처럼 7남매 중

장남이다

아버지와 똑같이 7남매 이건만

아버지는 누나가 없지만

나에게는 천만다행으로

누나 한분이 계셨다

(누나의 국민학교 때 사진)


누나는 있었지만

작은 아버지들을 도회지에서

고등학교를 보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농촌에서 어렵게 살아야 되니

내가 가장 좋아했던

내 누나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시골 농촌 고향에서 바느질과

농사만 짓다가 결혼하여

53세의 일기로 암이 발병하여

고생만 하시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이렇게 고생만 하고 불쌍한 누나를 위해

내 남동생 금채의 교통사고

사망보험금 1억 원 중 천만 원이라도

큰딸인 내 누나를 도와주십사. 하고

간절히 부탁했으나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


여자는 결혼했으면 출가외인 이라면서

누나에게 돈을 주는 것을

냉정하게 거절하였다


나중에 기회가 되어

아버지께 여쭤보니

100만 원을 누나에게

드렸다고 했다


이렇게 내 아버지는 유교사상이

너무 뿌리가 깊어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결혼도 하지 않고 교통사고로

남동생 2명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

공무원연금과 교통사고 사망

보험금 등 총 1억 3천만 원을

수령해 아버지에게 드렸더니

아버지는 그 당시 시골 농협에서 근무했던

당신의 남동생에게 돈을 맡겼다


그러나

어느 누가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겠는가?

시골농협에서 고위직급으로 근무하면서

결재권을 가지고 계셨던

아버지의 남동생은 드디어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20대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던

내 남동생들의 보험금까지 몰래

찾아가 사용해 버려

그때부터 아버지의 형제들 간에

우정은 깨져버렸다


10년이 지나 남동생 부부가

농협공제금을 관리하는 시골농협에

찾아가 싸움과 소란을 피워

간신히 어떻게 몇천만 원이라도

보험금의 일부라도 찾았나 본다


그러나

아버지는 당신의 작은아들이

객지에서 대형 화물차로 운송사업과

음식점. 노래방ㆍ다방 등 등

이 사업 저 사업을 벌이면서

하는 일마다 실패하니

조상 대대로 수백 년 유지되어 온

논을 다 팔아

0억 원을 아들 낳은 당신의 작은아들

부부에게 아무도 모르게

현금으로 버렸다


조상이 모셔지고

매년마다 시제를 지내던

선산임야는 그 당시 4세였던

당신의 손자에게 아무도 모르게

증여해 줬었다

(떠나버린 남동샘 2명의 사진과 영혼결혼으로 맺어진 제수씨)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버지의 작은 아들은

재산에 욕심을 내고

서로가 함께 살면서

협의이혼을 해 놓고

시골집에서 같이 살면서

서로 싸웠는지 헤어졌다


함께 살고는 있지만

서류상 이혼했으니

부부도 아니고

아버지가 팔아준 전답은

현금으로 이미 가져가고


이혼하면서 어린 자녀들의 친권자는

당신의 며느리로 되어 있으니

그 많던 임야와 선산은

이혼한 며느리가 다 팔아서

현금으로 수억 원을 가져갔으니


수백 년 이상 지탱해 온 종갓집은

하루아침에 논도 임야도 선산도

없어져 버렸다


그래도 당신은 대를 이을 손자를 위해

매월마다 국가에서 지급되는

보훈연금과 기초연금을

재산을 탕진하고 이혼하고 떠난

당신의 며느리와 손자들을 위해

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아버지는 문중에서도 손가락질을

당하고

주변에는 좋지 않은 소문들만

무성하다


장남인 내가 딸만 둘 낳고

아들을 못 낳았다고

아버지와 여동생들까지 합세해서

나와 아내를 질투하고

미워하고 있다


지금 세상에 아들 못 낳고

딸만 낳았다고 이렇게 차별을

하고 있는 집이

우주에 가고 있는 이 시대에

합당한 생각인지?


아들 낳지 못했다고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주지 않고

선영에 들러 벌초를 하면서

산소에 소주 한잔을 올리려 하니

아버지는 나에게 술도 올리지 못하게

밀어 버리고

아들 낳고 이혼한 남동생에게

술을 따라 올려라고 한다


아버지는 우리 부부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이런 칠거지악 같은 놈이 아들도 못 낳고

낫으로 목을 쳐 버린다고 ㆍ


대학병원에서 돌아가신다고

친척들 다 모여라고 할 때

아버지를 모시고 45만 원을 내고

민간구급차를 불러

아버지 옆에 혼자 타고

서울대학 병원까지 모셔와

죽음에서 살려내고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부모님 기제사 서울 우리 집으로

모셔와 매년마다 지내고

남동생 둘 장례식도 우리 부부가

다 치르고

신부를 찾아 남동생 부부의

영혼결혼식을 치러준 사람도

우리 부부이고

할머니 49재와

아버지 회갑잔치와

어머님 칠순잔치도 서울로 모셔와

피로연도 해 드리고


동생들 결혼식도

아내가 적극적으로 도맡아

다 해드렸다


그러나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아버지가 이렇게 차별을 하고

미워하니

당신의 딸들인 여동생들마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답들이 없어진 것을

아들을 못 낳다는 우리 부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핑계 아닌 핑계로

합리화시키려고 하니

속이 터진다

답답하다


아들! 아들!

아들이 끝까지 책임져주고

재산을 수백 년 수천 년 지탱해 주는가?


어머니가 지금까지 생존해 계셨으면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을 것인데!

아버지의 유교사상과 남아선호사상이

하루아침에 전재산을 없애 버리니 ᆢ


누구를 원망하리오?

생각만 하면 속이 터지고

혈압만 올라간다


잊어버리자

잊고 살자

시간과 세월이 약이다

(고향)

모든 사람들은 말한다

아픔과 슬픔은 세월이 약이라고 ㆍㆍㆍ

지금도 시간은 가고 세월은 흘러가고 있다

나도 언제가는 먼저 떠난 누나와 남동생

그리고 어머님의 길을 따라 가겠지만ᆢ


유교주의와 남아 선호사상에 너무 뿌리깊은

아버지도 이제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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