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떨감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떨감

by 자봉

아파트 단지를 걷다 보니

초록잎 사이로 감이 열려있다


눈으로 보는 것 자체가 즐겁다

익으면 황색이 되지만

아직은 초록색이다


단감은 말 그대로 그냥 먹어도 달다

그러나

떨감은 쓰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침운동 겸

자전거를 타고 가로수길을 달리는데

감나무에서 떨어진 초록빛깔의

떨감들이 보도 위에 떨어져 있었다


토요일이고 이른 아침이니

아무도 청소를 하지 않아

떨어진 감은 그대로 있었고

그 감을 보노라니 어머님 생각이 나

자전거에서 내려 감을 관찰했다


가로수 길 옆이라 떨어진 감들은

분명 단감은. 아닐 것이고

떨감이 분명하다


나 어릴 적

그 당시에는 단감나무도 없고

단감을 사 먹기도 힘든 시기라

우리 집 울타리와 밭에 심어져 있는

떨감이 태풍이나 바람에 떨어지면

항아리에 물을 붓고 낙화된 떨감들을

며칠씩이나 우려내고

물을 갈아주면

쓰고 떨떠름했던 떨감의

쓴맛이 다 빠지면

엄마와 우리 남매들의 간식이었고

배고픈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워줬다

(감나무에 단감인지. 떨감인지 많이들 열린 모습)


어머님이 생전해 계실 때에

너무나도 감을 좋아하셨기에

지금도 매년마다

어머님의 기일인 제삿날에는

빠짐없이 단감을 제사상에 차린다


이제 어머님 떠나신 지 8년이 된다

어머님 계실 때에는

고향집 감나무에 빨랫줄을 걸어놓고

냇가에서 이불과 옷가지들을 세탁해

감나무에 걸쳐진 빨랫줄에

이불과 옷을 열면

그 무덥던 삼복더위에도

수건과 러닝 빨래들은 종잇장처럼

빳빳하게 잘 말라

목욕을 하고 옷을 입으면

그 얼마나 쾌적했던가!


날씨는 덥고 삼복더위인 지금

감나무에서 초록색의 감들이

영글어 가니 고향과

옛 시절들이 그리워진다


추석 지나고 떨감도 누렇게 익어가면

가을도 익어 가겠지


울 엄마가 생전에 계실 때

돈은 없어 단감은 비싸 못 사드시고

나 어릴 적에 물항이리에

바람에 떨어진 떨감을 주어 담아

여러 날이 지나면 떨감의 쓴맛이 빠저나가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었던 떨감 ᆢ


단감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돈 없고. 어려운 시절에

울 엄마가 좋아하셨던. 떨감

아, 엄마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우리 엄마 제사상에는 이제 빠짐없이

그 옛날 떨감 대신 단맛 나는. 단감을

꼭 진설하리라

울 엄마를 생각하면서 ㆍㆍ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