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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동네 한 바퀴씩 돌다
by
자봉
Aug 15. 2024
아래로
자전거 타기를 너무 좋아한다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하면
모자를 쓰고
편안한 복장으로 자전거를 탄다
목적지는 만리재고개를 지나
서울역 충정로역 애오개역을 지나
공덕역 오거리를 거쳐
집에 들어오면
항상 소요시간이 한 시간이다
언덕을 넘어가기 때문에
다리근육과 하체 그리고 팔 근육까지
단단해진 느낌이다
은퇴하기 전에 60만 원을 주고
구입해서 10년을 탔으니
본전도 훨씬 더 뽑았다
자전거는 아무 때나 수시로
단체 또는 혼자서 탈 수 있으니
너무 편리해서 좋다
평일에는 은퇴자들끼리 서너 명이 모여
자전거를 타고 행주산성을 거쳐
창릉천을 경유하여 북한산입구 근처까지
다녀오거나
의왕 백운호수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자전거 배낭에 과일과 간식
생수를 담아 등 뒤에 메고
달리다 보면
시장하거나 배고플 때
수시로 꺼내 먹는다
오늘은 79주년 광복절이라
국경일이고 휴무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베란다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다른 동네를 구경하기 위해
북아현동과 염리동 아현동 대흥동
용강동 골목골목을 돌다 보니
마포아트홀과 소금마루 도서관이
보여 새로운 동네를 탐방하니
지겹지도 않고 재미가 있다
(자전거)
횡단보도를 건너니
마포세무서와 경의숲길이 나온다
오늘도 2시간 동안 자전거로
오전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왔다
참 즐겁고 운동도 많이 된 것 같다
자전거를 배우게 된 기원은
국민학교 2학년 때
농촌이었던 고향에서
아버지가 무거운 짐자전거를 타고
10리나 떨어진 5일장이나
외출하실 때 타신 자전거를
우리 집 마당에서 혼자서 타는
연습을 수없이 많이 했다
키도 작고 다리도 작아
자전거 페달이 발에 닿지 않아
2미터도 가지 못해 넘어지고
다치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님이 마당 끝 가장자리에서
아궁이에 양은솥을 걸어놓고
나무로 군불을 피워가며
가족들이 먹을 감자를 찌다가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가면서
계속해서 넘어지고 다치는
큰아들이 안 쓰러워 보였는지
불을 피우다가 부지렁이를 놔두고
내 뒤에 오셔서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여러 차례 잡아 주셨다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고향인 농촌에서 어린 시절에
자전거를 배워
혼자서 집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연습을 갔다가
브레이크를 잡지 못해
난관이 없는 다리 위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던 경험이 있다
그날
자전거를 타다가 개울가로 떨어져
많이 다치고
피투성이가 되었던 아홉 살 때의
기억들을 잊지 못한다
나는 이렇게 힘들게 자전거를 배웠는데
일찍이 고인이 되어버린 남동생은
키가 작아 혼자서
자전거 안장에도 앉지 못하고
삼각형이 만들어진 그 사이로
다리를 넣어
아슬아슬하게 자전거를 배웠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자동차도 들어오지 않은
먼지 자욱한 비포장의
좁다란 농로길에서
수없이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배웠던
옛 아홉 살 시절들이 그립다
자전거 한대로
아버지와
남동생과 같이 타면서
혹시라도 고장 나면
아버지에게 혼날까 봐
두려워하면서
아버지 눈치를 봐가면서
몰래 탔던 자전거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밥을 짓다가도 달려와
자전거 뒷자리를
잡아줬던 어머님도
사랑스러운 남동생도
이제는 고인이 되어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자전거를 타노라면
자주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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