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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자봉
Sep 08. 2024
도민증
어머님의 신분증
가을이다
고추잠자리가 풀숲위를 빙글빙글 날아다니고
가을바람이
소슬하게
불어오니
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살맛이 난다
세월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가
추석도 서서히 다가오고
여섯날 지나면 토요일이
어머님 기일이다
2016년 9월 추석을 사흘 앞두고
어머님이 소천하셨으니
금년 기일이 8주년이다
언젠가 고향집에 들려 옛 사진첩을 보다가
옛 추억에 잠겨 눈 시울을 적신날이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몇 장 남지 않은 고귀하고 소중한 어머니의 사진과
평소에 자주 사용하셨던 손 인두와
놋그릇 몇 개를 챙겨와 깨끗하게 보존하기 위해
광택제를 구입해서 힘들게 광을 내
잘 보존하고 있다
나는 자식이어서 그런지 어머님의 손때가 묻은
옛 기구들을 잘 보존하고 싶은데
내 자식인 딸들은 훗날 내 어머니가 할머님인데
이러한 것들을 잘 보존해 줄는지 모르겠다
내 욕심으로는 고향집 한 곳을 조상님들의
공간을 만들어 가족 박물관처럼 사용하고 싶은데
욕심대로 될지 모르겠다
어머님은 아버지와 달리
학교에는 다녀보지 못했으나
한글도 읽으실 줄 알았고
구구단도 외워 알고 계시면서
내기 어릴 적 어머님이 주무시던 방으로 가면
헌 양발과 구멍난 양발을 가위로 잘라
바늘로 꿰매는 바느질을 하고 계시면서
어린 나에게 구구단을 가르쳐 주셨다
어머님 때문에 구구단도 빨리 외울수 있었다.
어디 그뿐이었던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시험을 치러
90점 이상과 100점을 받아 오면
5원짜리나 10원짜리 동전을 상금으로 주시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셨던
소중하고 자상한 어머님이셨다
코스모스가 피어 살랑살랑 실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하며
어머님을 그립게 한다
어디 그뿐 이던가!
고향집에 가보면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집이지만
호박넝쿨과
참깨 들깨가 가을이면 들녘에서 익어가
어머님과 함께 추수하고 수확했던
고향집의 들녘이 그립고 생각나고
정 겹다
내 어릴 적 두 딸을 데리고
고향에 내려가면
어머님은 코스모스 줄기처럼
연약한 몸이었으나
서너 살짜리 손녀들이 내려오면
그 토록 농사일에 힘들었어도
그것이 행복이라고
손녀들을 등뒤에 업고 고추밭으로 나가
잘 익은 빨간 고추를 얼른 따 오셨다
자식사랑은 내리사랑이라지만
유독 큰아들인 내 딸들을 예뻐하시면서
손녀사랑에 푹 빠지셨던 내 어머님
오늘따라 더욱더 하늘나라로 떠난
어머니가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어머님의 최초 신분증)
(외할아버지 회갑때 소중한 사진 오른쪽 끝에 막내 여동생을 안고 있는분이 어머님)
(내 결혼식때 혼주석에 앉으신 부모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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