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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하다

by 자봉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정국 등으로 사상 초유로 현직대통령이 체포영장이 인용되어 고위공무원 수사처에서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인치 되어 국, 내외적으로 시끄럽다.

현직 대통령이 권력남용과 내란 등 범죄 혐의로 헌법 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또는 기각결정을 받기 위해 재판관들의 심리가 시작되어

매일매일이 어수선하고 경제도 국격도 떨어져 모든 게 소란스럽다.

이러한 어려운 시국에 날씨도 연일 추워져 가뜩이나 움츠러진 몸을 더 차갑게 한다.

국가적으로 어렵고 힘들 때에는 더욱더 진보나 보수 정치에 쏠리지 말고,항상 마음 자세와 중심을 잡고 여느 때와 똑같이 일상적으로

생활을 해야 정치나 경제가 하루라도 빨리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정치에는 관심이 많지 않지만 그동안 40년 동안 다녔던 직장에서 물러나고 소소한 일들과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관과 노인복지관도 종종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습관이 되어, 항상 부지런함과 근면함으로 앞만 보고 살아서인지 70이 다 된 나이에도 그냥 무료하게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

복지관을 이용하면서 핸드폰 사용 기능도 배우면서 하루하루 보냈던 일들을 일기장이라기보다는 그냥 기록장에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매일매일 기록을 해두고 있다.

40년 이상 사회 밑바닥부터 시작해 청소일도 해 보고, 24시간 꼬박 씩 졸리는 잠을 쫓으면서 지차주차장과 건물에서 경비원 생활과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벌기 위해 음식점에서도 오랫동안 잡다한 일들을 하면서 각종 서러움을 많이도 겪으면서도 이겨냈다.

학창 시절에는 달동네 언덕 꼭대기까지 어깨에 일간 신문을 껴들고 일반 주택에 배달을 하면서도 책을 놓지 않고 주경야독해 40대에 방송 강의를 듣고 방송대를 졸업했다.

이후 50대 중반에는 노인복지와 아동복지를 공부해 보고자 늦게나마 주말반으로 등록하여 3년을 더 공부했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지나온 세월들을 참 바쁘게 부지런하게 살아온 것이다.

이러한 고생들도, 직장도 이제는 더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는 직장을 정년퇴직한 지 몇 해 던가!

퇴직한 지도 10여 년이 되어 가니 세상 시간은 참 빠르다.

하루 세끼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삼식이가 되기 싫어 노인 일자리도 찾아 단순한 육체노동을 하면서 자존심도 버린 지 오래다.

가난했던 지난날들을 잊어버리지 않고 굴곡의 70여 인생을 살아오다 보니 그래도 건강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 있으니

마음으로 위안이 되고 행복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는 행복하다”라고 스스로 외쳐본다.

하루 중에서는 저녁이 여유로워야 하고, 일 년은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일생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고 한다. 농부의 삶을 예로 들면, 고된 하루 농사일을 끝내고 저녁 호롱불 아래 식구들과 도란도란 저녁상을 받는 넉넉함이 첫 번째 여유로움이고, 봄부터 부지런히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 풍성한 가을걷이로 곳간을 채운 뒤 눈 내리는 긴 겨울을 보내는 충만함이 두 번째 여유로움이며, 아들딸 잘 키워 결혼시키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여유로움 속에서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지내는 노년의 다복함이 세 번째 여유로움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여유로운 마음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많이 배우고 좋은 직장에 입사해 대표이사나 사장까지 오른 친구들, 사업해서 돈 많이 버는 친구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별을 달아 장군까지 진급했거나 고시에 합격해 법관과 변호사가 된 동창들도 있다.

10대 학창 시절에는 가정이 어려워 돈이 없어 중간에 학교를 그만둘까 수없이 생각하면서 신문배달과 전집류 책 세일 일을 하면서 간신히 고등학교는 마쳤다.

즐겁고 추억이 많아야 할 청소년 학창기 때에는 닥치는 대로 일하면 자주 배를 굶어 허약한 체질에도 가끔씩은 결석을 하면서 학교는 다녔다.

현역사병으로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 입영되어 병역의무인 군 복무 3년을 마치고 전역하여 또다시 돈이 없어 삶과의 싸움으로 살았다.

이렇게 고군분투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던 탓인지 20대 중반에 사무직 공개채용 입사시험에 합격해 행정 업무를 시작했으나 짧은 가방끈에 아쉬움이 많아 40대와 50·60대에도 포기하지 않고 늦깎이 공부를 해왔던 스스로를 격려해 보고, 위로해 본다.

아~ 학창 시절과 젊은 시절 모질고 힘들어 생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수없이 들었지만, 고난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왔고, 이제는 부족하지 않은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나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젊은 시절부터 70세가 다 되도록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내가 이제는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일상적이고 평범하고 소소한 노후를 살아가면서 "나는 행복하다" 혼자서 자주 중얼거려 본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게 행복인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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