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속 어머니

by 자봉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대지 위에도, 나무 가지 위에도, 지붕 위에도 소복이 쌓인 눈이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눈의 하얀빛은 마음속 깊이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눈 오는 날이면 더욱 분주하셨다. 흙담 초가집 대나무를 엮어 만든 대문을 활짝 열면, 어머니는 빈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우물로 물을 뜨러 미끄러운 발길을 향하셨다. 새벽 햇살이 트기 전, 아직 세상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집에서 3분 떨어진 산기슭 밑 우물까지 미끄러운 길을 걸어가셔서 깨끗한 물을 떠 오셨다

방금 떠 오신 물은, 군대에 간 삼촌의 무탈한 건강과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한 정성스러운 정화수였다. 어머니는 물을 길어 올리며 삼촌의 건강을 빌고, 우리 가족의 무사함을 마음속으로 기도하셨다.


소복이 쌓인 눈 위를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으면, 발자국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눈길은 마치 동화 속 길처럼 신비롭게 빛났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에서 나는 소리는 조용한 아침을 깨우는 작은 음악 같았다. 그 길을 3분 정도 걷는 동안, 나는 어머니와 함께 눈 속을 걷는 기분으로 세상과 나를 잠시 잊곤 했다.


하지만 행복한 산책도 잠시, 아침 일과는 바쁘게 이어졌다. 마당에 쌓인 눈을 치우고, 빗자루로 눈을 쓸어내며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책 보따리를 싸고, 산골길을 넘어 초등학교로 향하는 길은 눈길 때문에 더 고단했지만, 동시에 특별했다. 손에 닿는 차가운 공기, 코끝에 스치는 눈 냄새, 발밑에서 부서지는 눈 소리까지 모든 것이 어린 마음에 선명하게 남았다.


아침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어머니가

놋쇠솥에 성냥불로 마른 소나무잎에 불을 붙여 설익은 따뜻한 밥을 해주면 순식간에 밥을 먹고 양은 도시락에 보리밥이 더 많은 밥을 쌓아 십리길 학교로

검정고무신을 신고 누나와 함께 학교로 달려갔다


집에서 가져온 양철 난로에는 땔감이 올려졌고, 그 위에 모든 학생들은 도시락을 얹었다. 도시락 속 밥은 미지근했지만, 큰 주전자에 끓인 뜨거운 물을 각자

준비해 온 양은 도시락에 부어 밥을 데우면 온기가 퍼졌다. 김치와 반찬에서 풍기는 냄새는 눈 내리는 아침의 차가움을 잊게 했다. 친구들과 함께 난로 곁에 옹기종기 모여 점심을 나누며,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한 학급에 8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시끌벅적했지만, 난로에서 전해오는 온기는 겨울의 추위를 잊게 해 주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이어졌다. 눈은 여전히 소복이 쌓여 있었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길가에 있는 나무마다, 지붕마다, 담장 위에도 눈이 쌓여 있어 세상이 마치 하얀 동화 속 풍경처럼 변해 있었다. 나는 그 길을 걸으며 어머니가 길어오신 정화수의 따뜻함과 손길을 느꼈다. 힘들고 추웠지만, 그 겨울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마을 풍경 또한 잊을 수 없다. 눈이 내린 아침,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마당에 나와 눈을 치우고, 소들을 돌보고, 아궁이에 불을 떼니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친척처럼 옹기종기 모여사는 다섯 가구의 초가집에서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면서 요란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분주한 아침시간에도 어머니는 늘 그 모든 일과를 묵묵히 해내셨다. 몇 사람 살지 않은 고향집 산골의 찬바람 속에서도 어머니의 손길은 따뜻했고, 그 손길은 마을 전체를 감싸는 온기처럼 느껴졌다.


학교 앞 작은 다리 위에서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며 웃던 시간, 눈송이가 머리카락에 내려앉아 녹던 순간, 손이 시린 것을 서로 맞대며 참아내던 순간까지, 모든 것이 눈 내리는 겨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교실 안은 난로 곁을 차지하려는 아이들로 북적였지만, 서로 웃으며 도시락을 나누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난로 속 온기를 타고 퍼지는 모습을 보면, 눈 내리는 겨울도 견딜 만했다.


하얀 눈 속에서 어머니를 떠올리면, 그때의 정성스러운 손길과 따뜻한 마음이 눈송이처럼 마음속에 소복이 쌓인다. 세상이 하얗게 덮인 날이면, 나는 늘 어머니와 함께 밭으로 가기 위해 걸었던 은빛 눈길을 다시 걷고 싶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어머니가 남긴 온기와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낀다.


눈 내리는 겨울, 발자국 하나 없는 눈길 위를 걸으며, 나는 어머니가 내 마음속에 남긴 사랑을 또 한 번 새기며, 그 소중한 기억 속에서 따뜻함을 찾는다. 눈송이가 흩날리듯 쌓이는 기억은, 세월이 지나도 결코 녹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 속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끼며, 오늘의 눈 내린 아침을 온전히 즐긴다.


이제는 어머님과 누나도 다시 볼 수 없어 아쉽고

너무나도 그립지만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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