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방 하나의 의미

by 자봉

우리나라의 행정조직에서 읍·면·동사무소는 늘 가장 아래, 주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였다.

행정이라는 말이 때로는 딱딱하고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동ㆍ면사무소는 늘 사람이 드나들고, 밥 짓는 냄새와 아이 우는 소리까지 따라오는 삶의 현장에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30년 동안 공직에 몸담으며 많은 사무실을 오갔다.

그곳엔 늘 면장실, 동장실이 있었다.

누구도 그 존재를 의문하지 않았다.

그 작은 방 하나는 기관장의 권위를 과시하려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특혜도 아니었다.

그저 주민을 만나고, 골치 아픈 민원을 정리하고, 때로는 직원들의 속사정을 들어주는 공간이자 책임의 자리였다.


그 작은 방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동장들을 보았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겨 들고 나가 민원 현장을 뛰어가던 분,

밤늦게까지 주민 전화에 응대하느라 집에도 제대로 못 가던 분.

책상 위에는 언제나 민원 서류가 잔뜩 쌓여 있었고,

커피는 식어 있었으며, 달력에는 빽빽하게 일정이 메워져 있었다.


그 방은 작았지만, 그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늘 팽팽했다.

행정의 무게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서울의 모 구청장이 **“동장실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를 혁신이라 말했고, 자신의 큰 행정 성과처럼 여기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느꼈다.

'저 결정이 정말 주민을 위한 것일까?'


동장실이 사라진 현장을 나중에 직접 본 적이 있다.

기관장은 정해진 자리 없이 이 방 저 방을 떠돌며 회의를 잡아야 했고,

민원 상담은 늘 눈치를 보며 장소를 찾아야 했다.

직원들도 필요할 때 언제 동장을 만날 수 있는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한 동장은 씁쓸하게 말했다.

“자리야 없어도 일은 합니다. 하지만 주민들 앞에서 책임지는 자리인데,

당당하게 마주 앉을 공간이 없다 보니… 그게 더 어렵습니다.”


그 말 속에는 행정의 본질이 담겨 있었다.

‘책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공간과 함께 존재한다는 진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공무원의 권위주의는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권위를 버리는 것과, 역할을 위한 공간을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책임을 가진 기관장에게 공간 하나 없이 떠돌게 만드는 것은

겉으로는 소박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행정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주민 서비스의 질을 낮춘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더라도

작은 출장소나 시골 조그마힌 행정기관인 면사무소를 방문해 보면 쇼파와 책상이 놓여진 가관장인 면장실도

운영된다

그것은 특권이 아니라 업무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25개 구청 중 대부분은 지금도 동장실을 유지한다.

그 중 일부만이 동장실을 없애고 그것을 ‘성과’라고 내세운다.

나는 그 행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행정은 종종 큰 말이나 포장으로 치장되지만,

진짜 행정은 주민이 불편한지, 직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작은 방들을 떠올린다.

한 켠엔 오래된 책장이 있었고,

창밖에는 동네 아이들이 놀던 소리가 들려오던 그 방.

그 좁은 공간에서 동장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주민에게 썼고,

그 방을 중심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공간 하나의 의미’는 결국

책상이나 의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곳에서 누가 어떻게 책임을 다하느냐에 담겨 있다.


그 사실을 아는 행정이라면,

작아 보이는 방 하나라도 함부로 없애지 않는다.

그 방은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숨은 다리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관장인

동장실을 없앤것을 잘한 치적이라고 하면 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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