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다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옹달샘이 여기저기 있는 깊은 산골마을이었다.
좁은 흙길을 따라 들어서면, 마을의 집들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붙어 있었다.
새벽이면, 산골 마을에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새들의 지저귐과, 멀리 아궁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만이 흩날렸다.
우리 집은 초가삼간이었고, 흙담벽과 작은 마당이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우리 7남매는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오손도손 살아갔다.
바로 옆 작은집에는 작은아버지와 사촌동생 다섯 명이 살고 있었다.
우리는 늘 큰집과 작은집을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가에는 조그마한 또랑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산에 쌓인 눈이 녹아 바위 위로 흘러내리면, 수십 개의 고드름이 주렁주렁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고드름을 따 입에 물고 아이스 깨끼처럼 빨아먹던 날들은 지금도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이른 아침이면,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마당 한켠에서 농사 준비를 하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침상을 차렸다.
작은아버지 집 사촌동생들과 우리는 늘 같이 어울려 하루를 시작했다.
가족은 늘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밭을 가는 동안, 우리는 집안일을 돕고 장작을 지피며 하루를 보냈다.
전기가 없던 시절,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는 일은 늘 긴장되면서도 재미있는 일상이었다.
불을 피우고 소죽을 끓이며, 때때로 고구마를 넣어 구워 먹던 기억은 지금도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 작은어머니는 무명천을 다듬이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박자를 맞춰 두드리며 옷을 만들었다.
빨갛게 타오른 숯덩어리를 둥근 철놋쇠 손다리미에 담고, 인두와 숯다리미로 한복 끝자락을 잡아 당기며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옷을 다리던 손길 속에서, 우리는 정과 사랑을 배웠다.
겨울이면 우리는 종이딱지 따먹기, 유리구슬치기, 자치기, 오징어게임 같은 놀이로 긴 시간을 보냈다.
눈밭 위에 고드름이 늘어선 외진 도로에서, 동생들과 함께 고드름을 따 입에 물고 아이스 깨끼처럼 빨았다.
산골마을이라 또래 친구는 많지 않았지만, 가족과 사촌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여름이면 논과 밭에서 자연을 벗 삼아 뛰어놀았다.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논두렁을 달리며 숨바꼭질을 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 협동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장작불이 아궁이에서 타오르면, 그 연기 속에서 온 가족의 목소리가 퍼졌다.
숯 속에 넣은 고구마가 너무 타 검정 숯처럼 변해도, 그것이 한 끼가 되었고, 우리는 서로 나누며 먹었다.
여름이면 논밭에서 감자 캐기, 고추밭 돌보기, 씨앗 뿌리기를 도왔다.
햇볕 아래 땀을 흘리며 일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과 가족의 힘을 배웠다.
작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물을 길어 밭에 주며 배운 삶의 지혜는 지금도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다.
가족은 늘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왔다.
형제자매, 부모님, 작은어머니, 사촌들, 모두가 서로 도우며 웃음을 나누었다.
가난했지만 사랑과 웃음은 넘쳤다.
그 속에서 나는 사람과 정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배웠다.
학교에 가는 길은 늘 멀고 험했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세상을 배우고 친구를 만났다.
산골이라 또래 친구는 많지 않았지만,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몸과 마음을 키웠다.
밤이면 별을 세며 하루를 돌아보고, 다음 날을 기대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도로가 포장되었으며, 초가집은 기와집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그 소박한 풍경과 놀이, 가족의 따뜻한 일상은 이미 지나간 추억이 되었다.
변화 속에서도 그 기억들은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가니,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작은엄마, 그리고 한 명뿐이었던 누나와 두 명의 남동생까지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세상은 삭막하게 느껴졌다.
혼자가 된 고향집을 찾아가면, 옛날의 따스함과 웃음 대신 눈물과 그리움이 밀려온다.
그러나 그리움 속에서도, 나는 가족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마음속에 간직한다.
내 어린 시절의 고향은 단순히 집과 마을이 아니다.
그곳은 사랑과 정, 자연과 삶의 지혜를 배운 공간이며, 내가 누구인지를 일깨워 준 뿌리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 기억들은 언제나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소박하고 고요했던 내 고향을 마음속에서 떠올리며, 첫눈이 내린 12월 초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조용히 미소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