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파업

by 자봉

영하의 기온이 발끝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겨울 아침, 서울의 거리는 여느 때보다 더 황량하고 막막했다. 평소라면 5분마다 어김없이 도착해 차가운 몸을 녹여줄 온기를 나누어 주었을 버스가 이틀째 자취를 감췄다. 시민들의 발이 묶인 정류장에는 매서운 칼바람만이 주인 없는 공간을 윙윙거리며 맴돌고 있었다. 길가에 서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 허겁지겁 비싼 택시라도 잡으려 애쓰는 직장인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통증을 느꼈다.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남들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무겁다. 퇴직 전, 행정관서 교통 관련 부서에서 보냈던 치열했던 세월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자가용 함께 타기' 운동을 펼치고, 승용차 요일제 운행ㆍ버스환승제 정책을 홍보하고 실천하도록 캠페인과 각종 회의를 추진하며 , 버스 전용차로제 안착을 위해 현장을 누볐다. 버스 파업 소식이 들려올 때면 우리 직원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한 명의 시민이라도 덜 고생하게 하려고 민간 학원 버스나 유치원 버스를 섭외하기 위해 밤새도록 전화기를 붙들고 씨름했다. 추운 밤을 꼬박 새우며 비상 대기를 하고, 동원된 차량들이 노선에 차질 없이 투입되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세수를 하던 그 시절, 우리에게는 '시민의 발을 지킨다'는 숭고한 사명감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마주한 버스 노조의 모습은 그때의 땀방울을 무색하게 만든다. 노조는 과도한 임금 인상과 함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며 서슴없이 운전대를 놓았다.


노동자의 권익도 중요하겠으나, 서울 버스는 지자체가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시민들이 낸 혈세로 경영의 안정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정작 그 주인인 시민들의 일상을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려 하는 행태는 공공의 이익을 저버리고 명백한 횡포다. 65세 정년 연장 역시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필요한 중대한 사안임에도, 이를 파업의 도구로 삼는 것은 너무나 섣부르고 무책임한 처사다.

"국민이 힘들든 말든 우리 주머니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냉소적인 태도가 만연한 사회에서 공공서비스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적자가 나면 세금으로 채워준다는 안일함에 빠져, 서비스의 질이나 시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버스 회사와 노조의 결탁은 준공영제라는 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 실종되고 오직 투쟁의 구호만 남은 자리에는 차가운 아스팔트의 냉기만이 가득할 뿐이다.

이틀간의 진통 끝에 타결 소식이 들려오고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버스 차창 너머로 보이는 기사들의 뒷모습에서 예전과 같은 신뢰와 존경을 찾기란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 따뜻한 버스 안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서늘해지는 것은, 영하의 날씨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공직적 사명감'이 한겨울 눈 녹듯 사라져 버린 현장을 목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는 시민의 소박한 아침이 이기적인 욕심에 가로막히는 일이 없기를, 오지 않는 버스를 영하의 추운날에 무작정 기다리는 그런날이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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