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필름 위로 1991년의 어느 가을날이 정지 화면처럼 내려앉아 있다.
컴퓨터 모니터 한구석에 띄워진 오래된 영상 캡처본. 그 속에는 이제는 중년의 무게를 짊어진 나와, 여전히 내 곁을 지켜주는 아내, 그리고 지금은 장성해 제 몫을 다하고 있을 큰딸아이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다.
그날은 아버지의 회갑(回甲) 날이었다. '환갑잔치'라는 말이 동네 어귀마다 잔치국수 냄새를 풍기던 시절. 아버지는 인생의 한 바퀴를 무사히 돌았다는 안도와 자식들이 차려준 잔치상에 대한 뿌듯함으로 평소보다 조금 더 어깨를 펴고 계셨을 것이다.
사진 속 나는 선명한 붉은색 배자를 입고 있다. 잔칫날의 흥을 돋우려는 듯 화사한 그 색이 당시 청년이었던 나의 설렘을 대변하는 듯하다. 내 곁의 아내는 고운 분홍색 치마저고리를 차려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수줍은 새댁의 태를 채 벗지 못했던 아내의 미소는 그때나 지금이나 집안을 밝히는 등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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