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갓 넘긴 나이, 남들보다 조금 늦게 손에 쥐었던 '종이 발령장'은 묵직했다. 1992년 1월 21일의 아침 공기는 살을 에듯 차가웠지만, 구청 상황실에서 발령장을 나누어 갖던 동기들의 얼굴엔 팽팽한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나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듬직했던 동기들—일연, 충락, 정조, 남수, 종원이.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신길동으로, 도림동, 영삼동(영등포 3동)으로 흩어졌다.
그날부터 행정의 최 일선 기관이라 일컫는 동사무소
현장에 배치받은 우리의 일과는 새벽 어스름을 가르는 빗자루 소리로 시작되었다.
새마을 청소 날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삽과 봉투를 들고 골목을 누볐다. "공무원이 왜 이런 것까지 하느냐"며 투덜대던 이른 새벽의 투정은 주민들이 수고하십니다 ㆍ 고생하시네요 라는 따뜻하게 건네는 아침 인사에 눈 녹듯 사라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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