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에서 피어나는 우정

by 자봉

어느덧 현직을 떠나 은퇴라는 이름의 쉼표를 찍고 나니, 북적였던 주변의 소음들이 하나둘 잦아들기 시작했다.


흔히들 은퇴를 하면 가까웠던 사람들도 멀어지고 사람의 수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적막함에 순응하기보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세상과의 끈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13년 전 함께 근무했던 옛 동료의 소식을 들었다. 이제는 어엿한 중견 간부가 되어 직장 협의회 노조 지부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았다는 소식이었다. 40대의 젊고 활기찬 나이, 훤칠한 키에 호탕한 성격을 가진 그였기에 잘 해내리라는 믿음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치열한 자리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하는 선배로서의 애틋함이 앞섰다.


격려의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저 앉아서 술잔이나 기울이는 흔한 만남은 싫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자네, 골프 좀 치나?"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그 좋은 체격에 골프채 한 번 잡아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를 스크린 골프장으로 불러냈다.


초록색 화면 앞에 선 후배의 모습은 마치 갓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긴장되어 보였다. 나는 그에게 골프채를 쥐여주며 드라이버 그립 잡는 법부터 차근차근 일러주었다.

(스크린골프장에서)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자봉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일상생활들을 글로 표현해 보는 소소한 시민입니다

8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고향이라는 이정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