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수필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를 둔 부모로서, 요즘 들려오는 교육계의 소식들은 마음을 무겁게만 했습니다. 촌지 비리니, 교권 추락이니 하는 뉴스들이 신문 지면을 장식할 때면, '참된 스승은 이제 사라진 것일까' 하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딸아이에게 일어난 작은 사건 하나가 나의 이러한 편견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어느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딸아이는 아침에 기분 좋게 챙겨간 새 우산을 학교에서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아이의 새 우산을 가져가 버리고, 대신 살이 부러진 헌 우산 하나만을 덩그러니 남겨둔 모양이었습니다. 속이 상해 울고 있는 아이 앞에 서른 남짓 되어 보이는 담임 선생님이 다가오셨습니다. 선생님은 우는 아이를 다독이며 당신의 새 우산을 선뜻 내어주셨고, 덕분에 아이는 비 한 방울 젖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내는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우산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의 손에는 뜻밖의 물건이 들려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신 짧은 편지 한 통과 함께, 잃어버렸던 바로 그 '새 우산'이 돌아온 것입니다. 선생님은 "평소 착한 아이이니 우산 한 개 정도 잃어버려도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와 함께 끝까지 아이의 우산을 찾아내어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이 작은 우산 하나가 불러온 변화는 놀라웠습니다. 그날 이후, 딸아이는 선생님을 부모님보다 더 존경하고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이는, 이제 공부도 생활도 몰라보게 의젓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아이에게 꿈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아빠, 나도 커서 우리 선생님 같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래요.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그런 선생님 말이에요."
반짝이는 눈으로 장래 희망을 말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깊은 반성에 잠겼습니다. 일부의 잘못된 모습만 보고 모든 스승의 그림자를 왜곡해서 바라봤던 내 시선이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습니다. 진심 어린 배려로 한 아이의 인생에 소중한 이정표를 세워준 선생님. 이러한 참된 스승들이 여전히 교단을 지키고 있기에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여전히 밝고 따뜻하다는 확신이 듭니다.
ㆍ98년 11월호 환경관리공단 게제 수필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