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연가

by 자봉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어나고 하이얀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4월은 마치 온 세상이 노랑과 하얀 백색으로 물감을 풀어놓은 듯 눈부신다 ㆍ


찬 바람 끝에 매달려 있던 겨울의 잔재를 밀어내고, 기어이 꽃잎을 터뜨린 대지 위로 봄의 전령들이 춤을 춘다.

이 화창한 봄날, 창가에 앉아 나를 찾아온 선물 같은 소식들을 하나둘 펼쳐 본다.


4월호 구청 소식지에는 ‘인생 후반기’라는 제목의 내가 쓴 시가 단정하게 자리를 잡았고, 고향의 정취를 담은 수필은 제약회사 홍보지에 실려 먼 곳의 독자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무엇보다 가슴 벅찬 것은 몇 달 전 정성을 다해 보냈던 월간지 문학 공모전의 입선 소식이다.

갓 배달된 상장과 책자에서 나는 잉크 냄새는, 70여년 세월을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주는 세상의 따스한 훈장과도 같다 ㆍ

돌이켜보면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 ㆍ

처음부터 풍요로운 그늘 아래 태어났더라면 인생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헐벗고 굶주렸던 그 시절, 뼈아픈 고생을 동무 삼아 보냈던 인고의 시간이야말로 지금 내 인생 후반기를 황금빛은 아니지만 여유로움 으로 수놓는 가장 견고한 주춧돌이 되었다 ㆍ


젊은 날의 땀방울이 강물처럼 흘러 이제야 비로소 노후라는 평온한 바다에 가닿은 것이다.

은퇴 후 맞이한 나의 일상은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다.


내 손안의 작은 휴대폰은 이제 나만의 움직이는 집필실이 되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커피점이나 스크린골프장이나 한적한

공원벤치에 앉아 혼자만의 묵상을 즐기면서 오늘의 일상과 지난 궤적들을 더듬어 핸드폰에 글을 쓰면서 다시 오지 않을 일상들과 단상들을 기록한다.


그렇게 하나둘 쌓아 올린 '브런치 스토리'의 글들과 수십 년간 써 내려간 생활 수필들이 모여 어느덧 내 삶의 궤적이 되었다.

때로는 주식 소액거래로 얻은 소소한 기쁨으로 친구들과 신안의 푸른 바다를 보러 떠났고,

때로는 스크린 골프장에서 시원한 쾌감을 맛본다.


이 평범하고도 위대한 행복은 모두 성실하게 살아온 어제가 오늘에게 건네는 보답일 것이다.

이제 나는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한다.

어깨를 짓누르던 책임감의 무게 대신, 설렘으로 가득 채운 커다란 배낭을 메고 기차에 오르려 한다. 5박 6일의 여정, 강원도의 깊은 산맥을 지나 부산의 활기찬 바다를 거쳐, 다시 정겨운 전라도의 들녘을 누비는 기차 여행이다.


덜컹거리는 열차 차창 너머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또다시 생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길어 올릴 것이다.

인생은 참으로 즐거운 축제이다.

비록 야속할 만큼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가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내가 남긴 글들이 있고, 함께 웃어줄 동료들이 있으며, 무엇보다 내일을 꿈꾸는 건강한 마음이 있으니 무엇이 더 부러울까.


오늘도 나는 타인을 향한 따뜻한 봉사와 선한 생각으로 하루를 채우며, 남은 생의 매 순간을 가장 찬란한 봄날로 기록해 나가려 한다.

고생 끝에 찾아온 이 감미로운 평온이, 나의 70여년 생애 중 가장 쾌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되길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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