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부터 뉴질랜드까지: 미국의 대중•대러 포위 전략
또한 지도를 보면 미국 입장에서는 아•태 지역에 있어 가장 취약한 부분이 대만과 필리핀이다. 그렇기에 여기를 군사적으로 보충해야 하는데 이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활용할 수 있다. 미얀마는 군부 정권이 존재하는 한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반군 세력을 원조해주지 않는 이상 말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국제 사회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을 지양하며 소극적 개입을 시사한 현시점에서 미국이 반군 세력을 지원해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캄보디아•라오스는 중국과 이념적 색채가 동일하고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 미국 쪽으로 포섭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태국은 어떨까? 태국 역시도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와 같은 친중 국가에게 국경이 둘러싸여 있으며 중국 본토와도 국경을 맞닿고 있다. 그렇기에 미국 입장에서는 태국을 무턱대고 군사적•외교적으로 키워주는데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키워준다 하더라도 중국 측에서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태국 내에서도 미국의 원조와 협력을 꺼리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사시에 중국과 충돌할 경우 태국 자체 군사력만으로는 버티는데 한계가 명확하고 미국이 방어 체계를 태국 내에 구축•강화한다 할지라도 중국과 친중 성향의 국가들이 동시다발적 파상공세와 내륙봉쇄작전을 통한 에너지, 전력, 식수 차단 등을 시전하면 태국은 저항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 모든 것들이 태국이 미국 본토에서 지원군이 올 때까지 못 버티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태국을 우호적 중립국 정도로만 유지시키는 것이 미국에 가장 바람직하다.
스리랑카나 방글라데시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국가 체급(경제력•군사력, 인구 등)을 따져보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욱이나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는 중국에게 경제적 의존도가 강해 쉽게 안 넘어올 것이 뻔하다. 또한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양 방면에 인도라는 파트너가 스리랑카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선택지이기에 스리랑카를 굳이 키워줄 필요가 없다. 이는 시간과 자원의 낭비다. 그렇기에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는 태국과 같이 우호적 중립국으로 남겨두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
브루나이와 싱가포르다. 이 두 국가는 군사적으로 실질적 도움을 주기에는 힘들지만 경제적으로는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과의 유사시에 경제 제재에 동참하게 해 중국의 해외 지산을 동결시키도록 하면 된다.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 스위스와 싱가포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더욱이 싱가포르는 이미 친서방적이라 미국이 따로 포섭 안 해도 된다. 브루나이의 경우 남중국해 분쟁으로 중국과 외교 관계가 안 좋기에 미국이 군사•안보를 담당해 주면서 브루나이로부터 경제적 협력을 이끌어내어 관계를 성립시켜 자연스레 미국 쪽으로 포섭해 유사시에 대중국 경제 제재에 동참하도록 만들면 된다.
그렇다면 이제 동남아에서 남은 선택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이다. 일단 이 세 국가의 공통점은 남중국해 분쟁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와 관련지어 미국은 먼저 외교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이를 바탕으로 문화 교류를 시작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서구 제국주의에 시달려온 나라다. 그렇기에 유럽과 미국에 대해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미 언급했듯 최근에는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으로 반중 감정이 심화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서구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그래서 문화 교류를 통한 미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양국 간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양해각서를 시작으로 협정 체결로 확대해 문화 교류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다. 경제적 교류 또한 문화적 교류처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렇게 공감대와 교류가 늘어나면 이를 바탕으로 군사 교류를 시작해야 한다. 먼저 각국의 군사 고문관을 서로 파견해 훈련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고, 그다음 정보 공유 훈련, 폭격•포격 합동 훈련, 대규모 상륙 훈련 마지막으로는 중국군을 만났을 때에 대비한 개별 전투 훈련 순으로 군사 훈련을 실행한다. 이렇게 하면 유사시에 난사군도와 시사군도 점령•유지뿐만 아니라 중국 남•동부 지역에 상륙해 점령할 수 있는 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것들이 지속적으로 실행되어 상호 간의 반감이 사라져 외교적 공감대가 확실히 자리 잡히고, 미국이 이들 국가에게 중국으로부터 안보 보증을 서주겠다는 확신을 분명하게 심겨준 뒤 군사 기지 건설 또는 항구•공군 기지 대여 등은 마지막에 이행되어야 한다.
그다음은 뉴질랜드다. 뉴질랜드의 경우 1980년대 비핵화 정책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안 좋아졌고 최근에는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친중 노선을 탈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다만 한편으로는 중국이 솔로몬 제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남태평양 등지로까지 영향력을 뻗쳐오자 뉴질랜드 입장에서도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견제할 필요가 있어졌다. 미국은 바로 이러한 점을 파고들어 외교에 있어 공통적 목표를 먼저 설정한 후 파이브 아이즈라는 정보기관에서의 뉴질랜드의 역할을 증대시켜 정부 공유에 있어 양국(미국과 뉴질랜드) 더 나아가 캐나다, 호주, 영국과 연계시켜야 한다. 이러한 활동과 더불어 기술 교류와 경제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마지막으로 군사적 협력(합동 훈련, 방위 사업 협력 등)을 실행시킨 후 궁극적으로 자연스럽게 AUKUS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그리고 이들 국가와 경제적 협력을 강화할 때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기 침체, 일대일로 사업의 실패 사례, 지방 정부의 부채, 러시아의 구시대적 무기 체계, 러시아 경제와 기술의 한계 등을 예시로 들어 이들 국가에게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는 것보다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또한 미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경제적•군사적•기술적 우위를 십분 활용해 중국•러시아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금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외교적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은 한 층 더 강화될 수 있고, 굳이 우크라이나에게 일방적 양보를 강요해 유럽과의 관계를 깨지 않으면서도 도박과 같은 역닉슨 체제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하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제3세계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을 포섭해 미국에 대한 제3세계의 거부감 또한 줄일 수 있다.
PLUS: 드디어 21세기 히틀러인가, 미국의 구원자인가: 트럼프 2기부터 시작해 끝나지 않은 잊혀진 전쟁 / 투명하지만 불투명한 경제 / 전쟁을 끝내는 법 / 어쩔 수 없이 대국을 따라야 하는 소국의 운명 / 이건 그냥 스캔들이 아니다-우크라이나를 향한 복수극 / 노답인 트럼프식 외교 / 역닉슨 없이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리는 법까지 하나의 분석글 시리즈가 끝났습니다. 다음부터는 또다른 내용이나 주제의 분석글 또는 에세이가 올라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