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설 1

전쟁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의외의 선물 1

by 성주영



1차 세계대전 때문에 성형 수술, 여성 생리대, 필라테스, 트렌치코트 등이 나오고 미군들에게 초콜릿이 보급된다. 1차 대전 당시 병사들이 얼굴에 총알에 스쳐 얼굴 살점이 뜯겨 나가는 경우, 포격과 수류탄의 파편으로 인해 얼굴이 망가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이러한 병사들의 얼굴을 그나마 원래의 형태로 복원시키기 위해 집도된 수술이 성형 수술이다. 우선 얼굴에 박힌 집속탄의 파편이나 수류탄의 파편들을 제거한 후 상처 부위에 플라스틱 보조물을 끼워 넣어 얼굴 형태를 복원시킨다. 이후에는 실로 꿰매어 수술을 끝낸다. 이때 플라스틱 보조물을 삽입한다고 하여 영미권에서는 성형 수술을 plastic surgery(일명 플라스틱 수술)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현대 성형 수술의 시초다. 필라테스의 경우 원래는 1차 대전 때 전쟁터에서 다리를 다치거나 팔 등 신체 일부분을 다친 병사들의 재활을 돕기 위하여 고안된 운동이었다.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성들이 다이어트할 때 주로 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트렌치코트는 1차 대전 당시 참호에 비가 많이 쏟아질 경우 장교들의 옷이 물에 의해 젖는 걸 방지하기 위해 전신을 커버할 수 있도록 위•아래로 긴 코트를 만들었는데 이게 바로 트렌치코트의 시초다. 주로 고위급 장교들이 참호 안에서 입었다고 하여 영미권에서 참호를 뜻하는 trench와 코트(coat)가 합성되어 트렌치 코트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됐다. 지금은 가을에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유명하다. 최초의 일회용 생리대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부상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면 소재의 붕대의 대용으로 킴벌리 클라크가 셀루코튼을 소재로 해 일회용 면 대용품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1차 세계대전 중 야전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이 생리대로 활용한 것이 시초다. 1차 세계대전 때 초콜릿이 미군에게 보급되었다. 이 초콜릿이 유럽의 협상국 군대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프랑스군이 자신들의 치즈와 와인을 초콜릿과 바꾸자고 할 정도였고, 영국도 자신들의 군식량과 미군의 초콜릿을 바꾸자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렇듯 초콜릿은 고열량 에너지원과 달콤한 맛 때문에 협상국 군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이로 하여금 초콜릿은 유럽 각지로 퍼져나갔다.


통조림은 나폴레옹 전쟁 시절 병조림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정부가 통조립 개발에 현상금을 걸자 니콜라 프랑수아 아페르가 개발했다. 그 원리는 아래와 같다. 끓는점보다 더 높은 온도로 가열해 음식을 멸균시키고 공기는 헐거운 마개를 통해 빠져나가도록 했다. 처리 과정이 끝나면 마개를 단단히 박고 주둥이 부분을 철사로 묶은 뒤 밀랍으로 봉했다. 이렇게 병조림에서 1차 대전 때 통조림으로 바뀐다. 참호에서 적들에게 발각될까 불을 함부로 지피지 못했으며 그랬기에 음식을 익혀 먹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통조림을 보급해 미리 가공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종류가 한정적이라 병사들이 쉽게 질려했다는 단점이 있었다.


2차 대전 때도 이러한 통조림의 활용은 계속된다. 그중 대표적인 예시가 스팸이다. 당시 스팸은 돼지고기 중에서도 살코기만 발라내고 남은 잡부위 등을 각종 향신료 등을 넣고 섞어 가공해 캔에 담았는데 이게 바로 스팸 통조림이었다. 이러한 스팸 통조림은 당시 2차 세계대전으로 각지에 흩어져 있던 미군들에게 대량으로 보급됐으며 훌륭한 단백질 보급원으로써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오죽하면 2차 대전에서 미군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스팸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2차 대전과 관련 있는 또 다른 것이 배스킨라빈스 31이다. 미국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병사들의 보급품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2차 대전 당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미군의 사기를 진작할 방법으로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보급하기로 결정 그래서 콰르츠호라는 배를 만들어 병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 함선에 오른 사람이 어브 라빈스와 버트 배스킨이었다. 이 둘은 이 배에서 아이스크림 보급을 담당했는데 2차 대전이 끝난 후 이 두 명이 1945년에 공동 창업한 게 지금의 배스킨 라빈스였다. 그렇다 상호명은 창업자의 이름인 어브 배스킨과 버트 라빈스에서 따 온 것이다. 거기다가 한 달 내내 매일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31이라는 숫자가 붙은 것이다.


또한 2차 대전은 코카콜라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전쟁으로 미군이 전 세계 곳곳에 배치되자 이에 따라 코카콜라 역시 해외 곳곳에 공장을 건설해 미군에게 음료를 제공해 준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미국 정부는 미군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해 싼값에 대량으로 음료를 납부받기를 원했고 당시 코카콜라 사장 로버트 우드러프는 이에 발맞춰 미군이 있는 어느 곳이든 5 센트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코카콜라를 공급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2차 대전 중 독일은 코카콜라 공급이 어려워지자 코카콜라를 대체할 음료인 환타를 만들기도 했다.


의료 기술 또한 2차 대전과 관련 있는데 2차 대전 동안 나치는 유대인을 상대로 인체 실험을 자행했고, 일본은 731 부대를 이용해 인체 실험을 자행했다. 이때 인체 실험의 대상자를 일본어로 마루타라고 불렀다. 하지만 2차 대전에서 일본과 독일이 패배하자 소련과 미국은 나치의 인체 실험 데이터를 들고 갔고, 일본은 미국에 인체 실험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가로 천황의 지위를 보존할 것을 미국에 제안했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2차 대전 이후 이들의 인체 실험 데이터는 미국과 소련뿐만 아니라 인류의 의료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2차 대전 말기 나치는 연합군 공군에 대항할 새로운 폭격기 개발에 착수한다. 이 개발 프로젝트는 당시 30대 나이의 공군 조종사인 호르텐 형제가 맡았다. 이 형제는 폭격기가 레이더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폭격기 동체를 흑연 가루로 코팅하는 기술을 사용했다. 흑연의 탄소 성분은 레이더 파를 흡수해 레이더가 감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생한 폭격기가 Ho-229였다. 하지만 이 폭격기가 활약도 하기 전 나치는 연합군에 의해 패망한다. 이 기술은 놀랍게도 미국의 최초 스텔스 전투기인 F-117 나이트 호크와 이후에 개발된 F-22 랩터, F-35A/B/C에도 적용된다. 또한 Ho-229의 기체 형태는 미국이 B-2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할 때 차용하며 위에서 언급한 스텔스 기술 역시 B-2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Ho-229의 모습


B-2 스텔스 폭격기의 모습


F-117 나이트호크의 모습


F-22 랩터의 모습


F-35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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