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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끝내는 법

미국은 어떤 카드를 써야할까?

by 성주영

협상을 할 때 우리는 이러한 점을 활용할 수 있다. 애당초 푸틴이 이 전쟁을 시작한 목적이 돈바스 내 친러 주민의 보호였다. 이런 그는 어떻게 해서든 돈바스 지역을 들고 와야만 한다. 그래야 그는 정치적 체면을 구기지 않을 수 있고, 내부적으로 선전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해 서방 측에서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경제 제재를 풀지 않으면 현재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경제 제재를 풀어주고 돈바스와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게 내어주는 대가로 자포리자와 헤르손을 반환받을 수 있다.


자포리자와 헤르손을 돌려받아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멜리토폴, 베르댠스크와 같은 주요 항구 도시가 여기에 몰려있기 때문에 향후 우크라이나의 재건 과정과 경제 회복•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이 두 지역은 꼭 필요하다. 둘째, 러시아 본토와 돈바스 지역, 크림 반도까지 이어지는 육로 회랑을 연결하는 주축이 바로 헤르손과 자포리자다. 여기를 협상으로 우크라이나가 되찾는다면 러시아의 육로 회랑을 끊어냄으로써 전략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셋째, 만약 이 지역을 러시아에게 내어주게 되면 러시아는 아조우해와 흑해에 대한 재해권을 완전히 쥐게 된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지중해에 대한 재해권도 장악할 수 있다. 그리되면 나토 회원국들에게는 안보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당장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부터 시작해 아드리아해 연안에 있는 국가들 예를 들면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그리스,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와 남•서유럽 국가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또한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물론 러시아가 흑해에서 지중해로 나아가려면 보스포루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지나야 하며 여기를 지나기 위해서는 튀르키예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토에서의 이단아로 유명한 튀르키예의 에르도안이 굳이 러시아의 해협 통과를 승인 안 해줄 이유는 없다. 설령 허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러시아 입장에서는 그냥 통과해도 튀르키예가 외교적 항의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상관없다.




이렇듯 이 두 지역만큼은 꼭 협상을 통해 들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이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패배했다는 위화감도 덜고,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는 전략적 승리라고 선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추가로 논의되어야 할 것은 향후 우크라이나의 외교•경제•군사 분야에서의 방향성이다.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가 NATO나 EU에 가입하는 것은 힘들거나 된다 할지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휴전 협상을 진행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정치적•외교적 연결 고리를 어떻게든 끊어놔야 한다. 그래야 우크라이나를 NATO나 EU에 가입시키지 않으면서도 서방의 경제적 원조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재건시킴으로써 경제적으로는 서방 블록으로 편입시키고 우크라이나를 재무장시켜 우크라이나가 폴란드, 루마니아, 핀란드, 발트 3국과 같이 전방 기지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게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휴전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미국과 서방은 이 전쟁에서 전략적 패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는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서방의 패권적 지위를 약화시키고 다극 체제를 앞세워 미국과 서방의 지위 약화와 본인들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 자명하다. 물론 푸틴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최근 ISW가 트윗한 내용을 보면 푸틴은 어떠한 형태의 협상에도 임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EU, 아직 임기가 남은 바이든 행정부는 더 많은 지원을 해줌으로써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경제 제재로 망가질 때까지 전쟁을 장기화시키거나 또는 변곡점이 될만한 전투가 일어나게 해 푸틴이 협상에 응하도록 할 수 있다. 또는 협상 과정에서 이후에도 경제 제재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압박해 러시아가 점령지를 양도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푸틴은 위와 같은 상황 속에서 본인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한다면 결국 저러한 조건에 응할 것이고 그 반대라면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어느 순간보다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EU, 아직 임기가 남은 바이든 행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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