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
*본 글은 2024년 미국 대선 이전에 쓰인 글이라 지금과는 상황이 점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의하시며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미국이다. 미국은 이 전쟁에 대해 어떠한 입장일까? 이번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지 수 있겠지만(만약 트럼프가 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가 약화될 것이고, 해리스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적어도 1-2년 정도 더 지속될 것이며 이 경우 미국은 우크라이나 편에 설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우크라이나 원조에 꽤나 적극적이었다. 최근에 지원이 지연된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과 공화당(=GOP/Grand Old Party)측의 하원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 통과를 반대하면서 시간을 끄는 바람에 그렇게 보인 것이지 미국이 우크라이나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참고로 2022년 미국 중간 선거의 결과로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상원의 경우 50대 50이라는 현상을 유지했다.) 이후 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가 하원에서 통과되고(멕시코 국경 단속 예산 등을 비롯한 공화당이 원하는 바를 민주당이 일부 들어주는 대가로 공화당 역시 우크라이나 원조 패키지를 허용해 준 것이다. 그렇다. 전형적인 정치적 딜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모습이 흔하다.), 상원에서도 빠르게 통과된 후 바이든 대통령이 승인함으로써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가 재개되었다. 이에 더해 미국이 유럽 국가에 있는 F-16의 수출을 허용, 자국 내에서 F-16을 위한 우크라이나 조종사 훈련도 승인하면서 사실상 F-16 지원 절차를 가속화했고 그 결과 현재 우크라이나에 F-16이 조금씩 도착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미국 무기의 공격 허용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의아한 양상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러시아와의 전면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3차 세계대전으로의 확전)를 예방하기 위해 걸어둔 최소한의 장치다.
또한 미국은 전쟁 초기에는 재블린과 스팅어를 지원했고 나중에는 전술/전략적인 부분을 지원해 주고 하이마스, 브래들리, NASAMS, ATACMS 등의 무기를 지원해 주며 우크라이나가 항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개전한지 얼만 안 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2022년 5월에는 수도 키이우와 북부 지방에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격퇴했고, 이듬해 9월에는 동부 하르키우에서 반격을 시도해 하르키우 전역을 수복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10/11월에는 헤르손주를 일부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2023년 여름에 있었던 우크라이나의 반격 실패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공화당의 반대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가 지연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다시 지원이 재개되면서 현재 미국은 통과된 지원 패키지와 F-16 공급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전선 사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미국이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 <국방전략서>에 따르면 미국에게는 주요 적들이 있는데 그 적들은 3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중국과 러시아, 두 번째 이란과 북한, 세 번째 하마스나 헤즈볼라 혹은 IS와 같은 테러 단체. 이에 의하면 러시아는 미국의 주적이다. 그것도 중국과 동급인 제1의 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냉전 동안에 미국은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과 대립 관계에 있었다.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그리스 내전 등) 또한 러시아가 들어선 후 푸틴은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해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저지했고, 2014년에는 크름 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미국과 충돌했다. 이후에는 돈바스 전쟁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뒤에서 후원하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해 주던 미국과 충돌했다. 시리아 내전에서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시리아에서 미국을 견제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미국과의 대립은 더욱 격화했고, 이제는 북극 항로를 두고 양측의 군용기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미국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북한, 중국과의 협력을 한 층 더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이 전쟁을 질질 끌면서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며 외교적으로 미국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있으며 중국 견제에 있어 미국에 필요한 베트남과 인도에도 접근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에 있는 미국 동맹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를 분열시켜 미국의 대러 견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이자 미국의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힘을 소진시키고, 러시아를 견제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뒤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고 전후 재건 사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며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자원이자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핵심인 전략 자원이라 할 수 있는 희토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우크라이나를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블록에 편입시켜 폴란드와 루마니아처럼 유사시에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써 활용하려는 것이다. 마치 러-일 전쟁 때 미국이 러시아 제국의 남하 정책으로 인한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제국을 지원해 준 것처럼 또는 냉전과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이 중국과 소련의 견제를 위해 일본과 한국을 원조해 준 것처럼 말이다.
(여담으로 현재 미국 공화당 내 분파는 세 분파로 쪼개져 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이었던 때 미국이 패권국이었던 시절의 영광을 되살려야 한다는 레이거니즘 즉, Primacists, 미국의 핵심 이익이 달린 곳에만 선택적 개입을 해야 한다는 Prioritisers, 그리고 불필요한 해외 개입은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중심의 Restrainers 즉, 트럼피즘 세력이 있습니다. 레이거니즘과 트럼피즘은 각각 개입주의, 비개입주의라고도 불립니다.)